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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아기가 열 나는데요" 어린이집 전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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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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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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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vs 여 '육아혈투] 7-끝. 독감

[편집자주] '아기를 낳고 나서 부부사이가 안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아이 키우는게 쉽지 않다는 말인데요. 물론 우리 부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왜 우리는 사사건건 부딪힐까,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다 서로가 상대방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본다면 갈등이 하나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아내와 남편은 각각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도 육아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남편 편'은 남편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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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놀이에 푹 빠진 아이는 체온계를 귀에 넣어보고 청진기를 내 배에 갖다대면서 '의사 놀이'를 즐긴다.
[여자 편] 아기 키우는 부모는 아파도 안 된다

"애 키우는 아빠가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해? 병원 가라니까 말도 안 듣고. 약도 좀 꼬박꼬박 챙겨 먹으라니까.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지, 난 아프고 싶어도 아플 시간이 없다고."

나도 모르게 또 남편에게 폭풍 잔소리다. 한 달 가까이 아픈 사람에게 할 말이 아니지만 남편 감기가 혹여나 아이에게 옮을까 노심초사다. 한밤중에 들리는 기침소리에 아이가 깰까봐 거슬리고, 아빠 국에 숟가락을 풍덩 집어넣는 아이 때문에 같이 밥 먹는 것도 불안하다.

남들은 몸에 좋다는 걸 달고 산다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경상도 출신 남편은 영양제를 사다줘도 먹지 않는다. '아직도 당신이 20대인 줄 알아? 그러다 훅 간다고.'

아이가 아프면 우리 집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다른 집처럼 하루종일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할 때 전화 한통이면 금세 달려와 주시는 부모님이 가까이 계시지도 않다. 기운 없이 축 쳐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자니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어머님, 아린이가 열이 38도가 넘었는데 해열제를 먹일까요, 어떻게 할까요?' 근무 중에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라도 오면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열이 나도, 가래 끓는 기침이 나도, 콧물이 하루종일 줄줄 흘러도 어린이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꼭 이렇게까지 해서 회사에 다녀야 하나 죄책감과 함께 회의감마저 밀려온다.

아이는 몸이 좋지 않으니 밥을 제대로 먹을리 없고 밤새 기침을 하느라 푹 자지 못하니 종일 짜증이다. 감기가 오래되면 혹시 중이염이 오지 않을까, 폐렴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온갖 걱정과 염려로 신경이 예민해진다.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전화 한번 받아본 적 없고, 병원에 데려 갈 일도 없는 남편에겐 어쩌면 이 모든 일이 남의 집 얘기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다. 며칠 후 '독감'이라는 남편의 전화에 더 화를 낸 것도 아마 이런 '남편의 무지'에 대한 핀잔이지 않았을까.

평생 독감 주사 한번 맞아본 적 없다는 남편에게 '왜 당신은 혼자 솔로인 것처럼 사냐고, 당신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주사 한번 맞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말이다.

[남자 편] "도대체 왜 아픈거야?" 아내의 말이 서운할 줄은…

한달 내내 계속된 감기가 낫지 않아 걱정이다. 아무리 아파도 2~3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났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 감기는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내 감기를 옮으면 어떡하지?'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 아픈 것 보다는 내가 아파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주말에라도 하루종일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땀을 빼야 나을거 같은데 '얼른 일어나. 장 보러 가야지' 아내의 말 한마디에 억지로 잠에서 깼다. 밤새 뒤척여서인지 정신도 몽롱하고 온몸은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욱신 거리지만 아빠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먼저다.

"이번 감기는 왜 이렇게 안 나아? 도대체 왜 아픈거야?"

"혼자 오래 살아서 그런가봐. 일 때문에 저녁도 챙겨먹기 힘들고 밤늦게 퇴근하면 겨우 우유 한잔 마시고 자니까 몸이 안 좋아진 것 같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왜 아프냐'는 아내의 태도가 못내 서운하다. 주말만이라도 가사와 육아를 함께하지 못해 아이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이번 주말엔 몇 시간 만이라도 푹 자면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긴 결혼하고 나서 6년째 자취 중이니 골병이 들만도 하다. 서른 초반이야 체력으로, 중반에는 정신력으로 버텼지만 내일 모레 마흔을 앞두고 나니 이도 저도 받쳐주질 않는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일을 그만두고 내려와 같이 살자는 말도 선뜻 내뱉기 힘들다.

"아린이 아파서 병원에 왔어. 감기래."

근무 도중 아내가 보낸 카톡 메시지를 읽고 나니 이내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이번주 금요일엔 일 끝나자마자 서둘러 서울 집으로 뛰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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