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기춘 구속 수사에 무게…BIFF 예산 깎은 정황도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사진=홍봉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구속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문화 행사나 특정 인사들를 실제 정부의 각종 지원에서 배제한 정황은 특검팀 수사로 속속 드러난 상황이다.

17일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한 예로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겨냥해 전액 예산 삭감을 지시했다. 해당 영화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대응을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영화진흥위원회에 예산 전액 삭감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영진위는 내부 토론 끝에 부분 삭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2014년 14억6000만원이었던 예산은 이듬해 8억원으로 깎였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고, 김 전 실장이 다이빙벨을 예로 들며 "문화예술계 좌파적 책동에 대응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긴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원본을 확보해 살펴봤다.

특검팀은 이번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이날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르면 18일, 김 전 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해 일괄적으로 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괄했고,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조 장관이 이를 주도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부터 나란히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두 사람을 조사한 이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구속 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최종 지시자'로 의심받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특검보는 박 대통령의 관여 여부와 관련해선 "지시 정황이 있는지, 물증이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거듭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