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특검 압수수색에 '당혹'…삼성 특혜 등 의혹 선긋기(상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 수사관들이 3일 세종정부청사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실가 사무처장실, 기업집단과 등을 압수수색했다. /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공정위는 갑작스런 압수수색에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삼성그룹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특검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부위원장실과 사무처장실, 기업집단과 등을 오후 늦게까지 압수수색했다. 당초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정재찬 공정위원장과 신영선 부위원장, 신동권 사무처장 등 주요 고위간부들은 서울 일정으로 인해 자리를 비웠던 터라 공정위의 당혹감은 더 컸다.

이날 서울 일정이 남은 정 위원장과 신 부위원장을 대신해 신 사무처장이 오후에 황급히 세종청사로 내려와 직원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처했다.

특검 관계자는 "제출받을 자료에 개인정보나 금융정보 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상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게 된 것으로 공정위로부터 협조를 통해 자료를 제출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도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영업비밀이 담긴자료를 임의로 제출할 수 없기에 영장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은 공정거래법개정을 통한 중간금융지주 도입 시도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특검은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로 전환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인 그룹 지배를 완성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주목해 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특정기업 지원을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상호·순환출자로 얽힌 복잡한 소유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바꾸기 위해 2009년 18대국회 출범 당시부터 도입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압수수색이 청와대가 공정위에 CJ그룹을 제재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증거자료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는 2014년 CJ CGV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혐의로 제재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공정위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엔 SK그룹이 K스포츠 재단 투자요구를 거절한 직후 심사기류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중간지주회사 도입은 2009년 이후 수차례 업무보고 등을 통해 추진해 왔던 것으로 최순실 관련 의혹과는 무관하다"며 "CJ나 SK그룹 관련 사안의 경우도 독립된 전원회의 의결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