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녹취록 일부 공개… "VIP는 최순실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건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막판 돌발변수로 떠오른 고영태씨(41)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 29건이 헌재에 증거로 채택된 가운데 녹취록 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앞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해당 자료에 고씨가 '비선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 등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정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박 대통령과 최씨에 불리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소추위원단 대리인이 공개한 녹취록 증거제출서에 따르면 고씨는 2015년 4월7일 자신의 지인인 고원기획 대표 김수현씨와 최철 전 문체부 장관 보좌관에게 "진짜 VIP(대통령)는 이 사람(최순실)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해"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뭐 하나 결정도, 뭐 글씨 하나, 연설문 토시 하나, 다 어쨌든 여기서 수정을 보고 새벽 늦게라도 다 오케이 하고, 옷도 무슨 옷을 입어야 되고, 뒷 배경을 어떻게 해야 되고, 비서진들 있잖아 원래부터 보좌관들 비서진들 꽂아 넣은 게 아니야"라며 "다 그냥 '야, 친하니까 그냥 너 비서해' 전혀 비서에 대해 모르는 애들을 갖다 놓고 그런 애들만 꽂아놨어. 그래서 일이 안돼"라고 밝혔다.

고씨는 또 "VIP가 신임해봤자야. 신임해봤자 VIP가 쳐낼 ×들은 다 소장 말 한마디만 다 까내는거야"라며 "VIP가 믿는 사람은 소장밖에 없어"라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측은 이 같은 대화 내용에 대해 "최씨가 박 대통령의 의상, 말씀자료 등 국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했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증거제출서에는 고씨의 지인인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과 김수현씨가 나눈 대화 내용도 포함됐다. 자료에 따르면 류 전 부장은 업무진행 상황을 묻는 김씨의 질문에 "응. 아주 VIP가 만족하고 있어"라며 "K스포츠클럽 활성화 방안 그것도 빨리 하자고 또 그러더라"라고 답했다.

국회 측은 "최씨의 지시로 시작된 스포츠클럽 지원 사업 전면개편 방안이 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고, 박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에 관여돼 있음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 업무에 모두 관여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이 지난해 2월29일 "내일 2시에 더블루K 사무실에서 최순실을 만나기로 했다"며 "태권도 애들 뭐, 시범단 그거. VIP한테 재가를 받아야 된다고 해서"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박 대통령이 실제 재단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에 관여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고씨가 최씨로부터 국세청장을 할 사람이 있으면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김씨에게 "지금 이제 중요한 것 또 하나 오더가 있는데,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는데"라고 말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류 전 부장은 이에 대해 "아무튼 그 사람이 진짜 국세청장으로 가면 말도 안되는 인사지만 우리가 한 게 맞는 거고, 무슨 생각이 드냐면 이번 정부에서는 다 가능한 일이야. 박근혜 정부에서는"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 대통령이 퇴임 후 최씨 등과 함께 거주할 집을 짓기 위한 장소를 논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류 전 부장이 "아방궁이 될 텐데"라고 하자 김씨는 "원래는 VIP, 최. 한 10여채 지어가지고 맨 앞, 큰 거는 VIP"라며 "맨 끝에가 VIP가 살 동이고"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매우 긴밀한 관계였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대화 내용도 있었다. 고씨는 최씨의 국정농단 파문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보이자, 김씨에게 "그러면 지금까지 경제수석하고 회의하고 이런 게 다 나오거든"이라며 "그러면 다 같이 결국 책임은 누가 져? 대통령이 지지 않아"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뭐야, 소장을 지키기 위해서 이 정책수석을 책임지고 날아가는 걸로 끝낼 거야. 어쨌든 소장을 지킬 거니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