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박 대통령 측 추가 신청 증인 2명 채택 안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들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고영태씨(41) 녹음파일과 관련해 추가로 증인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4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이 모두 마무리된 뒤 "전날 신청된 이진동 TV조선 부장과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보좌관은 탄핵소추 사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증인이 아니기 때문에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녹음파일에 대한 검증을 신청했다. 손범규 변호사는 "이진동 부장은 트로이 목마처럼 김수현씨를 최순실과 고영태에게 보낸 사람"이라며 "정상적 프로세스가 아니라 기획적인 폭로 공작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순수하지 못한 동기에서 언론보도가 조작돼 여기까지 왔다"며 "전혀 수사기록에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신청서를 내면 재판부에서 합의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불필요한 것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 신청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다시 증인 신청을 할 뜻을 내비쳤다.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조금 더 증거를 보완해 증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녹음파일 재생 등의 방법으로 증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녹음파일 내용과 관련해, 2300여개의 파일을 모두 분석한 뒤 추가로 증거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분량이 검찰 발표보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을 추려서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회 측은 취재진에게 "녹취록이 없는 파일은 탄핵소추 사유와 무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탄핵심판과는 대체로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고 증거로 채택된 29건만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날 고씨 등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중 일부인 29건의 녹취록만 증거로 채택했다.

헌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을 직권으로 취소하면서 심리에 속도를 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안봉근 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에 대한 증인 채택을 철회한 데 이어 오후에 출석하지 않은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와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의 증인 신문을 취소했다.

이 권한대행은 "증인이 불출석하면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닌 한 재소환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증거로 채택한 여러 기록 등을 보면 신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 증인 채택 결정을 취소하기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권한대행은 양 측 대리인에게 심리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언행을 삼가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그는 "지난번에 말했는데도 아직 심판정 밖에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여러 억측이 나오고, 재판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어 다시 한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핵심판은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양 측 대리인이나 관계자들이 우려되는 언행들을 법정 안팎에서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헌재는 오는 16일 탄핵심판 14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이날은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김수현씨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