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유죄판결 아냐…재판에서 승부 건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새벽 서울구치소 정문이 닫혀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법원이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삼성그룹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구체적인 영장발부 사유 확인에 착수하는 등 재판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지만 '총수 없는 경영체제'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날 영장발부 직후 "특별검사팀이 제기한 혐의가 큰 틀에서 지난달 구속영장 청구 때와 다를 게 없는데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며 "구속영장 발부가 유죄 판결은 아닌 만큼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해 혐의를 벗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뇌물 공여 △횡령 △국회 청문회 위증 △재산 국외 도피 △범죄 수익 은닉 등 5가지다.

삼성 변호인단은 전날 7시간이 넘는 마라톤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뇌물 공여 혐의와 관련, '부정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와 압박에 따른 피해자라는 논리다.

특검팀이 적용한 '뇌물 공여'가 성립되려면 부정청탁이 입증돼야 한다. 법원이 지난달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것도 부정청탁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특검팀의 추가 증거자료 등을 받아들여 이날 영장을 발부한 만큼 변호인단도 보다 치밀한 논리를 준비하기 위해 재정비에 들어갔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단순한 피해자라는 방어적인 입장에 그치기보다는 특검이 추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 순환출자 해소 특혜 의혹 등에서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검이 추가한 범죄 혐의가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적시된 만큼 변호인단은 재산 국외 도피와 범죄 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 논리의 허점을 찾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뇌물공여 혐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영장 발부 사유에 적시됐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전 5시36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사유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