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 "김정남 사인 밝힐 수 없어…북한국적 최소 5명 가담" (종합)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일주일째인 19일 오후(현지시간) 노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 부청장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1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의 사인은 현재 명확히 밝힐 수 없다면서 김정남 암살에 리정철(47)을 포함 최소 5명의 북한 국적이 가담했다고 밝혔다.

19일 노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사건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 용의자 가운데 5명이 북한 여권을 가진 남성들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 17일 체포된 리정철 외에 북한 국적의 리지현(32), 홍송학(34), 리재남(57), 오종길(55) 등의 신원을 공개했다. 리정철을 제외한 4명은 사건 당일 말레이시아를 출국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사건의 배후가 북한 정부라고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 "남성 용의자 모두 북한 국적"이라며 "현재 인터폴과 함께 용의자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파악된 이들은 외교관 여권이 아닌 일반 여권을 사용했다고도 확인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이날 사건 당일 정황도 상세하게 공개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10시 마카오행 말레이시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국제2청사에서 기다리던 중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이 뿌린 액체를 맞고 어지러움증을 호소했다. 김정남은 이후 안내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한 후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다 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으로 후송된 오전 11시 병원관계자가 이미 김정남이 사망했다고 선고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지금까지 체포된 용의자 4명의 신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혔다.김정남에게 액체를 뿌린 여성 중 한명인 두안 티 흐엉(27)은 베트남 국적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 직원이라고 밝혔다. 다른 여성인 시티 아이샤(25)와 사건 당일 택시를 운전했던 그의 남자친구 마하마드 자랄리(26)가 체포돼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체포된 용의자 외의 4명의 추가 북한 용의자는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이들이 사건 당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외에도 신원 미상의 용의자 2명이 더 있다"며 "아직 북한 국적임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사인에 대해서 발표하지 않았다. 이브리힘 부청장은 "(김정남의)시신 부검 결과를 현재 분석 중이다"며 "결과가 나오는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정남의 시신은 지난 15일 부검이 실시됐지만 독극물 등 사망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경찰 당국은 2차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검 결과가 나오는데까지는 약 2주가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김정남을 당시 그가 소지하고 있던 여권에 적힌 이름인 '김철'로 불렀다. 말레이시아 법상 시신의 신원을 유가족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브라힘 부총장은 "우리는 현재 말레이시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며 "사망자에 대한 신원은 유가족의 확인이 우선이고 시신 인도도 유가족의 뜻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하겠다고 요청한 유가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