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은 왜?' 대면조사 없이 풀릴 수 없는 의혹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를 마친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종료가 2일만을 남겨 놓은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는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 중 대면조사 외의 방법으로는 해소되지 않을 내용들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특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는 여전히 진전되지 않고 있다.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박 대통령 조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특검의 예상이다.

이번 사건에서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둘러싼 뇌물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비선진료 의혹 등 모든 사건에 박 대통령이 연루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증언이 있어야 사건의 전말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박 대통령이 대포폰을 사용한 이유 등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 없이는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무엇을 했는지는 특검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특검은 애초부터 이를 수사대상으로 꼽았고 헌재 역시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헌재의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특검 역시 박 대통령이 헌재에 대답할 내용에 주목했다. 박 대통령 측은 차일피일 이에 대한 해명을 미루다 지난달 10일에서야 이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부실한' 자료였다.

이 자료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오전 9시부터 5시53분까지 무엇을 했는지 나와있지 않았다. 헌재는 추가자료를 요청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이를 거부했다. 해명할 것은 다 했다는 입장이었다.

이 자료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특검은 '비선 진료' 의혹에 대한 수사로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이 모두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특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비선 진료를 받았을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에 대한 명백한 해명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차명 휴대전화 사용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차명으로 휴대폰을 개통해 사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대적으로 '대포폰 근절'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특검 수사로 이미 드러났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차명 휴대전화로 지난해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570여회 전화를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왜'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했는지다.

헌재 심판정에서 이에 대한 공개 신문이 이뤄진 적이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이 차명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사실 도·감청 이런 것보다는 북한도 있을 수 있고 여러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도·감청을) 들어올 정도로 보안이 허술해서 되겠냐"는 지적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통화 당사자인 최씨는 박 대통령과 차명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청와대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신문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외에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때 청와대가 왜 개입했는지, 어떤 법령에 근거해 이를 지시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두 재단 설립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개입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최씨의 사익을 챙기기 위해서 설립된 것으로 보이는 재단에 왜 청와대 수석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지시였다'고만 진술한 상태다.

박 대통령 측은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라는 국정기조에 따라 '좋은 취지'로 설립을 추진했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헌재에서 강일원 재판관이 "재단이 좋은 취지였다면 왜 청와대가 주도했다고 당당히 밝히지 않았나"라고 수차례 의문을 표했으나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애초에 최씨를 위해 설립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해 이같은 의혹에 대답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은 헌재에 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변론이 바로 다음날로 다가온 상황에서 아직까지 입장 발표가 없어 직접 출석 역시 무산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