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만에 역사속으로…해체된 삼성 '미전실'은 어떤 조직?

현재 '미래전략실'이라 불리는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58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그룹 변화의 주요 타깃이 되기도, 그 변화를 추진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면서 변천해왔다.

그룹 내 '큰 그림'을 그리는 조직이라는 순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권한은 행사하지만 책임은 없는 법적 근거가 모호한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외국계 헤지펀드 등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삼성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동전의 양면'같은 조직인 셈이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1959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선대회장)의 비서실에서 시작됐다.

당시 비서실은 그룹의 모태로 여겨지는 삼성상회에 이어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 안국화재(현 삼성화재)까지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 그룹 관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비서실이 '파워'와 '시스템'을 갖춘 것은 1960년대 후반에 감사팀을 발족하던 무렵부터로 삼성 내부에서 보고 있다. 이후 그룹이 본격 성장하던 1970년대를 거치면서 명실공히 삼성의 헤드쿼터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1987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룹 총수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비서실 조직은 명맥을 이어갔지만, 당시 이 회장은 비대해진 비서실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1994년 이 회장이 '마누리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을 하면서 그룹의 경영방침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창구로서 비서실 역할이 강화되기도 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치면서, 그룹 내 사업 조정을 위해 비서실을 대신한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이 다시 부각됐다. 당시 사업과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새로운 경영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급부상했고 마침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대기업 구조개혁 정책과도 맞물리면서 비서실은 1998년 4월 해체됐다.

대신 삼성은 비서실을 대체할 조직으로 '구조조정위원회'와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을 새로 만들었다. 구조조정위원회는 구조본의 상위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기능했다.

실무를 담당했던 '구조본'이 대중에 더 익숙한데 초창기에는 한시적 조직으로 여겨졌지만 개별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없는 그룹 전체 역할 조정, 경영 진단, 그룹 브랜드 관리, 신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위상이 강화됐다. 이학수 당시 구조조정본부장과 김인주 사장 등 재무통이 중심이 된 구조본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 덕택에 삼성이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재도약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구조본이 궁지에 몰린 것은 2005년 'X 파일' 사건이 터지면서부터다. 2006년 2월 삼성은 8000억원 사회 헌납 등의 내용을 담은 대국민 선언문을 발표했고 이와 동시에 구조본의 기능도 축소한다고 밝혔다.

결국 구조본은 문을 닫고 같은 해 3월 구조본의 일부 역할을 담당할 전략기획실이 새롭게 출범했다. 당시 전략기획실은 '글로벌 경쟁시대의 지원 조직'을 모토로 내세웠다.

전략기획실의 존속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삼성 구조본 법무팀 팀장을 역임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비롯된 '삼성 특검'으로 인해 2008년 4월 전격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룹 컨트롤타워는 해체 2년 뒤인 2010년 말,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와 함께 그룹 내 중장기 투자 및 미래 먹거리 발굴을 명목으로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그러나 출범 약 7년 만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