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현실화… '롯데 온라인몰' 사라지나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 맞교환 이후 중국 내에서 롯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지린성의 롯데마트 매장에서 벌어진 중국인들의 항의 시위)

국방부와 롯데그룹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부지 맞교환 계약 체결 이후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아직까지는 부지 계약을 맺은지 얼마되지 않아 중국이 사드와 연관해 롯데를 강하게 보복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롯데그룹은 그러나 앞으로 소비자 불매운동 같은 민간 차원의 제재를 우려하고 있다. 일부 중국 관영언론은 롯데뿐 아니라 삼성이나 현대차처럼 사드 배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한국 기업들까지 제재해야 한다고 선동한다.


2일 롯데그룹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징동닷컴에서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해오던 ‘롯데마트관’이 지난달 28일부터 ‘검색’ 기능을 중단했다. 징동닷컴은 롯데마트 중국법인에 ‘전산상 오류’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사드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중국법인 관계자는 “사드 때문에 롯데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징동닷컴이 롯데마트 개별 홈페이지 운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징동마트 롯데마트관은 월 매출이 1만 위안 이하에 그쳐 영향은 적은 편”이라고 밝혔다. 징동닷컴은 그러나 근거리 기반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인 징동다우자에서는 여전히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알리바바그룹 계열 온라인 쇼핑몰인 톈마오(Tmall)가 한국 롯데닷컴과 운영해오던 해외 플래그숍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부정적 이미지 확산될까" 노심초사

롯데그룹은 이보다 롯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날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www.lotte.cn)가 외부 해킹으로 접속이 차단된 게 대표적 사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 홈페이지의 기업 소개 동영상에 누군가 악성 코드를 심어 홈페이지 전체가 열리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롯데면세점 홈페이지에도 중국 네티즌들의 ‘중국에서 철수하라’는 댓글이 2만 건 이상 올라와 있다. 롯데마트 앞에서 중국인들의 항의 시위도 등장했다. 지난달 26일 지린성 소재 한 롯데마트 매장 앞에서는 10여 명의 중국인들이 ‘롯데가 사드를 지지하니 당장 중국에서 떠나라’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롯데그룹은 중국인들의 불매 운동이 확산될지 여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롯데마트 중국법인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드 부지 계약 체결 이후 중국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110여개 매장의 1일 매출 추이는 꺾이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 불매 운동이 전개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사드 때문에 애꿎은 기업 제재 안된다" 자성론도

일부에서는 민간기업으로 어쩔 수 없는 롯데를 제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이날 중국 인터넷매체 ‘동북아재경’은 웨이신 계정 ‘동북아관찰’을 통해 “롯데를 공격하고 한국을 제재하는 것외에 중국의 다른 선택은 없다”고 주장한 관영언론 환추스바오(환구시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환추스바오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베이징 극보수 세력 입장을 대변하는 매체다. 환추스바오는 한국 사드 배치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비판해왔다.

동북아관찰은 환추스바오가 롯데를 중국에서 축출하고 한류와 한국제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전형적인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쇼비니즘은 새로운 분쟁을 낳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도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런 쇼비니즘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동북아관찰은 “(환추스바오 주장은) 극단적 민족주의 매체의 오만에서 나온 것으로 법도 무시하고, 하늘도 꺼리지 않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동북아관찰은 이어 “무역은 상호 이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 한국의 수출이익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나온다고 이를 제재한다면, 미국의 대중국 제재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보수 언론 "한국 기업 전체 제재해야" 계속 선동

그러나 환추스바오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또다시 중국의 극단적 보수 세력을 부추기는 사설을 실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의 반격은 조직적이고 단호해야 한다”며 “중국 소비자들은 시장의 힘을 통해 한국을 징벌해 교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롯데 외에 다른 한국 기업도 보복해야 한다며 극단으로 치달았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를 지목해 “삼성과 현대차에 중국은 가장 큰 시장”이라며 “한·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중국 관영 CCTV가 오는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방영하는 기업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를 주목한다. 롯데 같은 한국 기업이 주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롯데가 고발 대상이 되면 파장이 우려된다. 그러나 신뢰받는 중국 공영방송이 특정 한국 기업을 마구잡이로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들린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은 24개 계열사를 가동하며, 현지 직원 2만6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