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北 비자면제 협정 6일 폐기…국교단절 수순?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맺은 비자면제 협정을 오는 6일자로 폐기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김정남 피살사건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는데 이번 조치가 국교 단절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일 현지 매체인 더스타와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 부총리는 이날 국가안보를 이유로 오는 6일자로 북한과의 비자면제 협정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2009년 북한과 비자면제 협정을 맺은 지 8년 만이다.

말레이는 북한의 몇 안 되는 우방으로 북한 주민들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였다. 이번 조치로 북한 주민들이 말레이에 입국하려면 비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말레이와 북한의 관계는 말레이 주재 북한대사인 강철이 지난달 20일 김정남 피살과 관련한 말레이 당국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말레이 정부가 외부세력과 결탁했다고 주장한 이후 급격히 냉각됐다.


김정남의 사인이 확인되기 전인 당시 말레이 정부는 강 대사를 '외교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선언해 추방하고 평양에 있는 자국 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가 북한과 모든 외교·통상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말레이가 북한과 맺은 비자면제 협정을 폐기하기로 한 결정은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김정남의 사인이 신경작용제인 VX 중독으로 확인된 뒤 나왔다.

말레이 경찰당국은 전날 김정남 독살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9)을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는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말레이 당국은 또 다른 용의자로 체포한 북한 국적의 화학전문가 리정철(47)은 이날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샤나 흐엉과 달리 리정철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자신이 없다는 의미다. 김정남 피살을 둘러싼 북한 배후설을 입증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레이 경찰은 김정남 피살에 연루된 것으로 보는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등 북한 국적자 7명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