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일본의 교훈… "경제체질 개선 계기로"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박진영 기자
이미영 기자

롯데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과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화장품 3종 수입불허에 이어 한국 여행 상품 판매 금지 등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잇따르면서 우리 경제의 피해도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년 전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 당시 일본의 사례처럼 중국의 보복 조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중국의 보복 조치는 수교 40주년을 맞았던 2012년 9월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영토 분쟁 당시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시 일본 극우세력이 센카쿠 열도를 사들여 국유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물론 국민들까지 들고 나섰다.

반일 감정이 영토분쟁을 덮치면서 무서운 속도로 일본에 대한 보복이 가해졌다. 중국 전역 80여개 도시에서 8만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일 시위를 벌였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을 향한 폭력시위도 잇따랐다. 도요타 자동차 판매점, 파나소닉 공장 등이 파손되거나 방화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한 달만에 도요타의 중국 자동차 수출은 80%가 감소했고, 일본행 비행기 5만2000여석이 취소됐다. 당시 반일시위로 인한 일본 경제 피해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번처럼 일본 관광에 대한 제한 조치도 취해졌다.

당시 중국의 강경한 조치는 일본에 대한 경제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가능했다. 2011년은 일본의 대중 수출액 비중이 전체의 19.7%를 차지하는 등 일본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다. '우리가 압박을 가하면 일본 경제가 흔들린다'는 강한 자신감이 과격한 보복조치의 근거가 된 셈이다.

이후 일본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중국에 수출하는 주요 상품에 대해선 경쟁력을 높이며 비교우위를 확실히 했다. 중국 공장도 동남아 지역으로 분산시켰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중국 수출비중은 17.6%로 4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우리의 중국 경제 의존도는 당시 일본에 비해 더 높다. 지난해 한국의 대 중국 수출 비중은 25.1%, 수입은 21.4%다. 전체 교역액은 줄었지만 비중은 꾸준히 20%를 상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강 대 강'으로 부딪혀선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사드 부지 교환 결정을 내린 롯데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시 주석이 19차 당 대회에서 지도부를 자기 그림대로 만들어내기 위해선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권위가 손상돼서는 안되는 시기"라며 "우리가 강하게 나가면 저쪽에선 더 강하게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도 "우리 중국인 관광객수가 최근 급증했기 때문에 80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줄더라도 수년 전 수준 정도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면 중국이 더 기고만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면서 일본처럼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광 산업부터 저가 중국인 단체 관광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싼커(개인 단위 중국 관광객) 비중을 높이고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로부터 관광객을 더 끌어올 수 있도록 산업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드 이전에도 중국이 자국 기업 보호와 기술 국산화 정책을 추진해왔던 만큼 중국 내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사드가 아니더라도 중국이 한국산 제품을 규제하려는 준비를 계속 해왔다"면서 "이걸 이겨내려면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