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없이 말로'가지마'…'치맥파티'실종-中관광객 반토막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앞 환전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아예 단체 관광객(유커)은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다 보니까 저희도 방법이 따로 없어요. 단체여행과 FIT(개별자유) 여행을 같이 유치하는데도 (관광객 수가) 반토막 났죠. 지난해 10월 이후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다들 한숨만 쉬고 있어요."


중국 여행객을 한국에 유치하는 한 중소 인바운드 여행사 대표 A씨는 5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힘이 없다. 많이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로 한국 관광 일정이 취소되는 등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문건 없이 구두로만 금지 지침이 내려지는 탓에 공식항의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게 여행업계의 진단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 홈페이지에는 여행지에 한국 관광상품 판매 페이지 자체가 사라졌다. 투니우, 취날왕 등 다른 대형 여행사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5일 현재 중국 최대 여행사 홈페이지 '씨트립'에 한국 관광상품 판매 페이지가 사라진 상황. 개별 항공권은 검색으로 구매 가능하다. /사진=씨트립 홈페이지

그룹 차원에서 대거 방문했던 포상관광도 취소·보류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6000명이 방한, 인천 월미도에서 '치맥 파티'를 벌였던 중국 아오란 그룹은 인천시와 재방문 협약을 체결했음에도 일정 협의를 미루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 제조업체 코우천 그룹은 4월 17~21일 인천에서 회의를 연 뒤 직원 4000명에게 포상관광을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방한 계획을 취소했다. 유더그룹 임직원 1만 2000명도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4월로 한차례 미뤘다. 현재는 이마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상황은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는 5월 한 중국 대기업과 함께 8000명 규모의 포상관광을 추진해왔는데 보류됐다. 5000명 규모로 추진되던 또 다른 관광도 마찬가지"라며 "중국 기업 측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왔었는데 해당 조치 이후 부담스러워 하며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여행·호텔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개별 여행객(싼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지배인은 "중국 여행사와 맺은 단체 계약이 (중국 여유국 발표 직후) 취소됐다. 중국 물량이 많지 않은 편인데도 비상 상황"이라며 "중국인 대상 관광·호텔 상품 구성도 보류 중이다. 싼커 물량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대책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이번 조치와 관련, 공식 문건 등을 안 남기고 있어 국제 규범 위반 등으로 항의를 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중국 정부가 일단 국영기업 여행사들을 중심으로 조치를 내린 뒤 지방 여행사로 전달 되는 과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피해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공사 측은 "(정부가) 개별적인 한국 방문까지 막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내에서 전반적인 반한 기류가 형성될 경우 개별 여행객까지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양국 국민 감정을 서로 자극하지 않는 방향의 대책을 모색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동남아 시장 등으로 관광객을 다변화 하는 등의 대응책은 이미 마련해놨다"며 "일희일비 하지 않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사는 다음 주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대책 논의를 이어간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 인천항만공사 등도 6일 긴급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