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에 역직구도 타격 받나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소비자가 주축인 역직구(해외 직접 판매)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소, 중국 현지 엄지족(스마트폰 이용자)의 한국 상품 불매 운동 확산 등으로 역직구 규모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역직구 금액은 2조2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82.0% 증가했다. 국가별 역직구 금액을 보면 중국이 1조7905억원으로 전체의 78.4%에 달했다. 이어 미국(6.5%), 일본(5.1%) 순이다.

역직구를 활용하는 중국 소비자는 크게 두 분류다. 하나는 중국 현지 엄지족이다. 이들은 국내 유통업체가 중국에 진출해 구축한 모바일 쇼핑시스템에서 한국 상품을 구매한다. 다른 하나는 유커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면세점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면세점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는 경우도 역직구 통계에 포함된다.

역직구 이용자를 감안할 때 중국의 사드 보복이 역직구 판매에 영향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들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역직구 '큰 손'인 유커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 확산도 악재다. 한국 상품 불매 분위기가 퍼질 경우 화장품 등 중국 소비자 수요가 큰 상품 위주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 역직구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역직구 거래 시 50위안(약 8400원) 이하 상품에 대해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행우세를 폐지한 적 있다. 이에 따라 고속성장하던 중국 역직구 규모는 지난해 2분기 370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97억원 감소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개별 소비자 구매 행위를 억지로 막을 순 없겠지만 관광 제재뿐 아니라 역직구 사이트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역직구 거래 규모가 가장 큰 화장품에 대해 보복 조치가 실시되면 온라인 상거래는 확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 조치가 역직구에 끼친 영향은 오는 5월 통계청이 내놓는 '1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판매·구매 통계'에서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은 매 분기마다 역직구·직구 통계를 내고 있다.

역직구는 앞서 2015년 3·4분기부터 급증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실시, 중국인 단체 관광객 비자 수수료 면제 연장 등으로 중국 본토뿐 아니라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의 스마트폰 쇼핑이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열풍, 국내 업체의 중국 진출도 역직구를 키웠다.

한편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6조192억원으로 전월 대비 3.7% 감소했다.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3조490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3% 줄었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성장했던 온라인·모바일쇼핑이 주춤한 것.

손은락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1월 온라인쇼핑 거래는 연말 할인행사가 몰렸던 지난해 12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었다"며 "1월 택배 휴업 일수(4일)가 설 연휴로 전달보다 4일 적었던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