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中 경제적 힘, '외교 무기'로 계속 사용할 것" 비판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 롯데그룹 식음료 계열사로도 번지기 시작했다. 6일 중국 웨이보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대표 마트체인 중 한 곳인 다룬파는 전점에서 롯데제과·롯데칠성 등 롯데와 관련된 제품을 모두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의 제품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롯데제품으로 착각한 오리온의 제품도 진열에서 빠지는 상황이 일부 발생하고 있다. (웨이보) 2017.3.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테디베어, K-팝 스타조차 한국과 중국의 외교 갈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이 불만을 갖게 되면 수십억의 사람들이 당신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으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잇따르자 외신들도 한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언론사들은 한국이 경제적 부담을 견딜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국유화 조치로 중국에 경제적 보복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일본에서는 '한국이 이제야 우리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롯데가 국내 사드 부지를 제공하자 중국 내 롯데마트 23곳(6일 기준)이 소방법, 시설법 위반 등으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중국 정부는 또 중국 현지 여행사에 오는 15일부터 한국 관광 상품을 더 이상 팔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등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제주도 관광객 중 중국인이 85%를 차지하면서 테디베어 박물관을 가득 메웠지만 올해 들어서만 중국인 관광객이 20% 감소했다고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또 2015년 제주도에 설립된 플레이케이팝 박물관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플레이케이팝 박물관은 한국 가수들의 콘서트 홀로그램을 볼 수 있어 하루에 중국인 관광객 6~7개 그룹이 방문해왔다. 제임스 레일리 시드니대학 국제관계 부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외교적 압력을 다각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소비자의 힘을 사용하는 것에 더욱더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WSJ도 지난 3일 "중국은 이전에도 경제적 압력을 외교 무기로 사용해왔다"며 "사드 도입은 중국 성장에 의지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격앙된 양국 언론들의 반응을 소개했는데, 이중 중국 인민일보는 사드를 한국의 '판도라의 상자'라고 비유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단호하게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닛케이비즈니스는 7일자 '강도가 높아지는 중국의 롯데 괴롭힘'이라는 기사에서 "센카쿠열도 당시에는 남의 일이었는데 이제야 그 기분을 알겠다"는 한국인의 말로 기사의 운을 뗐다. 2012년 일본정부가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했을 때 중국에서는 거센 반일 운동이 일었는데, 그때를 이해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 일부 매장이 운영정지된 롯데에 대해서는 "중·일 관계가 악화돼 괴로워하는 일본 기업을 무관심하게 바라보며 롯데는 중국에서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사드 문제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행하는 중국의 태도는 이중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트럼프 정권은 중국 무역물품에 세금을 물리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국제 규범도 어길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중국은 한국 보복에 대해 '국민의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법에 따라 처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정당화하겠지만 이런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자유무역의 수호자로서 존재감을 높이려고 하는 동시에 롯데에 보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중국은 글로벌 경제의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우익 언론 중 하나인 산케이신문은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신문은 "한·중 밀월시대에는 생각지 못했던 표현들이 한국언론에 등장하고 있다"며 "중국 언론이 '단교'를 부추기면 한국언론은 '언어폭력과 같은 과잉반응', '울분에 찬 보도'라고 응수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