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혁명" vs "혼란 우려"…교육계 엇갈린 반응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선고가 결정된 10일 서울 청와대 주변에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행진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자 교육계는 반응이 엇갈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환영 논평을 낸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보수 진영은 사회 혼란을 우려했다. 교육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여론 수습에 나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후 논평을 내고 "우리 시민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새로운 국가-새로운 사회-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내기 위한 국가 대개혁의 물꼬를 튼 우리 시민의 역량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우리 헌정 사상 최초로 성취된 대통령 탄핵은 심각한 실정을 저지른 선출권력을 시민의 힘으로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절차에 따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적 역량을 충분히 보여준 시민명예혁명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가 도약하는 계기를 광장의 촛불이 만들어 냈다"며 "민중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입시경쟁, 서열화, 온갖 교육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교육체제를 수립하는 게 시대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교총은 탄핵 선고를 악용하려는 불순한 세력이 곳곳에서 드러났다며 이들이 사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교총은 "일부가 탄핵 선고를 악용해 사회를 더욱더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경계하며 이들에게 어린 학생들과 수많은 학부모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심각히 인식하고 언행에 특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교총은 또 "탄핵심판과 상관없는 일부 교육사안을 정치적으로 연관시키고 이를 근거로 선고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불순한 세력과 의도들이 광장과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선고이후 그와 관련한 주장과 활동을 계속해서 펼치게 될 경우 이는 학교와 교육을 더욱더 혼란에 빠뜨리는 반교육적 행동으로 국민의 엄청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이 흔들림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각자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4시 실국장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실책으로 평가되는 일부 교육부 정책은 새 대통령 선거에 따라 노선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교과서마저 손을 대 과거의 기억을 조작함으로써 자본과 권력의 영구지배를 꿈꾸는 등 하는 일마다 해악을 끼쳤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희연 교육감 역시 "이번 탄핵이 국정교과서 등 박 전 대통령의 교육정책에 대한 탄핵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