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前대통령 조사 D-4…분주한 檢, 예우·경호 고심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 초읽기에 들어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박 전 대통령 출석을 나흘 앞둔 17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엔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준비 상황을 묻자 대부분 "확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조사 장소 등을 공개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여러 상황을 봐서 검토해보겠다"고만 말했다. 가장 큰 고민거리인 예우 수위는 전례에 따를 방침이고 경호 문제는 청와대 경호실과 협의 중이다.


질문지 작성 등 실질적인 조사 준비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검찰 관계자는 "질문을 계속 뽑고 있다"며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측이 자료를 따로 낸 건 없지만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를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반작업의 하나로 대기업 관계자 등 추가 소환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수사 진척 정도를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느 피의자와 비슷한 조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1995년 11월과 2009년 4월 검찰청사에 출두했던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공식 포토라인에 설 예정인데 이후의 상황은 2명의 전직 대통령 때와 다르다. 1995년 12월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고향인 합천으로 내려갔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직원들에 의해 압송돼 처음에 서울구치소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 앞서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 지도 관심거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한 뒤 중수부 조사실로 향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께) 면목이 없는 일"이라고 언급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화장실, 간이침대, 소파 등을 갖춘 15평 규모의 'VIP 특실'로 불리는 곳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박 전 대통령은 3~4평 규모의 일반 조사실로 가게 됐다. 화장실도 복도로 나가 이용해야 하는 등 일반 조사실에는 갖춰진 시설이 없다. 공간 안에 책상과 의자뿐이어서 휴식을 취할 곳도 마땅치 않다. 이전과 달리 대검찰청이 아닌 서울중앙지검 청사고, 특별조사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탓이다.

박 전 대통령의 조사 장소는 서울중앙지검 10층 영상녹화조사실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최순실씨 등이 거쳐 간 7층 영상녹화조사실이 검토됐으나 검찰은 보안이 더 까다로운 10층을 유력한 조사 장소로 정하고 정비에 나섰다고 한다. 10층 조사실은 검찰 간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금색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뒤 보안카드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다. 이중 문을 통과하면 특수1부 외 다른 부서의 통행이 차단된 곳에 조사실이 위치해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보안 등 고려할 요인은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녹화조사실인 만큼 모든 상황은 녹음·녹화된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대면조사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녹음·녹화를 거부했지만, 이번 검찰 조사는 강제성을 띠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이원석 특수1부장(48·사법연수원 27기)과 한웅재 형사8부장(47·연수원 28기)이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간부들은 유리문 너머로 조사 상황을 지켜보며 담당 검사와 상의할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문영호 대검 중수2과장과 김진태 중수부연구관(전 검찰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병우 당시 중수1과장(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사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호칭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피의자'와 '대통령'을 섞어 부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선 원칙적으로 '피의자'라는 호칭이 필요하지만, 검찰은 과거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하며 예우 차원에서 '대통령'으로 호칭했다.

통상 거물급 피의자는 본격 조사에 앞서 수사팀 수뇌부와 간단히 차를 한잔 나눈다.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 두 사람은 각각 수사책임자였던 안강민 당시 중수부장, 이인규 중수부장과 잠시 차를 마셨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특별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영렬 지검장이나 부본부장인 노승권 1차장검사와 '티 타임'을 가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13가지 피의사실이 적용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만큼 생략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내용이 방대하지만 한 차례 소환으로 끝내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조사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17시간과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3월 내 수사 마무리'를 목표로 두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피의자와의 대질조사 가능성을 묻자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기초로 하는 것"이라며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답했다. 검찰은 소환조사 전 압수수색에 나설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일단은 조사에 주력할 예정"이라는 답을 내놨다. 전날에도 청와대와 삼성동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 계획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출석을 앞둔 서울중앙지검은 보안을 한층 강화했다. 이번 주 초부터 청사를 출입하는 차량을 일일이 검문하고 일부 출입문을 폐쇄했으며 방호 인력도 눈에 보이게 늘렸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는 21일 당일엔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평소 청사에 상주하는 기자들도 비표를 받아야 출입이 허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