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만에 '고요한' 朴 사저, 침묵 속 분주한 왕래

17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은 하루종일 한산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전날 사저 앞에서 연일 열린 친박단체 집회에 제한통보를 내렸다./ 사진=윤준호 기자

검찰 소환조사를 나흘 앞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일부 관계자만 왕래했다. 사저는 파면 이후 처음 집회 없는 아침을 맞았고 연일 시끄러웠던 '탄핵무효' 구호와 군가 소리도 잦아들었다.


이날 사저에 나타난 첫 손님은 정송주·정매주 미용실 원장 자매다. 정송주 원장은 박 전 대통령 올림머리를, 정매주 원장은 화장을 담당하는 전속 미용사로 알려졌다.

정송주 원장은 14일부터 나흘째, 정매주 원장은 15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두 자매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전 7시30분쯤 사저에 들러 1시간쯤 있다가 돌아갔다.

전날 오후 방문한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도 이날 오전 9시18분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정장 차림에 갈색 가죽가방을 든 이 경호관은 2시간 정도 사저에 머물다 오전 11시11분 밖으로 나와 곧바로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무슨 일로 왔나' 등 질문이 쏟아졌지만 무표정에 한마디 대꾸도 없었다.

유영하 변호사가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했다고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는 이틀 전에 이어 이날도 사저를 찾았다. 오전 9시23분 안으로 들어간 유 변호사는 6시간쯤 지나 사저에서 나왔다. 첫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 소환조사 직전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관계자들이 속속 사저를 찾고 있다. 주말 동안에는 더 많은 관계자들이 사저를 방문해 검찰 수사에 대비한 막바지 준비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날 사저 부근은 하루 내내 한산하고 조용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삼성동으로 거처를 옮긴 후 닷새 동안 일대는 계속된 친박(친박근혜) 단체 집회로 혼잡하고 시끄러웠다.

주민과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소음·불안 등 피해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자 경찰은 전날 친박단체 집회에 제한통보를 내렸다. 학생 등교 시간에 해당하는 오전 7~9시, 하교 시간인 낮 12시~오후 3시 사이 집회를 금지했다.

경찰 조치가 이뤄지면서 많게는 1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구호를 외치고 경찰과 충돌하던 이전 광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메가폰·앰프·확성기 등 음성 증폭장치 사용도 드물었다. 집회 인원도 20명 안팎을 넘지 않았다.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박 전 대통령 안정을 위해 저녁 7시 이후에는 소리 치지 말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스1

주민들도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다. 경찰이 설치한 통제선 안쪽으로 보다 여유롭게 통행했고 차량도 수월하게 도로를 오갔다. 아수라장 속에 채증과 체포 등 시위대응으로 곤욕을 치르던 경찰도 정 위치 근무로 위화감을 줄였다.

다만 인근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한 듯 등·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과 손을 꼭 잡고 동행했다. 박 전 대통령 사저와 맞붙은 학교 후문은 이날도 개방하지 않아 정문으로만 오가는 불편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이달 21일까지 사저 부근 집회를 집중 관리할 방침"이라며 "특히 소환조사 당일에는 비상 경계태세를 갖춰 주민피해와 충돌 등 돌발상황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