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시신·용의자들 결국 평양行…'北 소행' 사건 미궁으로

북한에서 풀려나 귀국한 말레이시아인들./사잔=AFP, 뉴스1

말레이시아 내 김정남 시신과 김정남 살해 용의자들이 북한에 넘겨졌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피살사건의 실체는 미궁 속에 빠졌다.

31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김정남 살해 용의자인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은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베이징발 말레이시아 항공 MH360편에 탑승해 이날 새벽 2시쯤 베이징에 도착했다. 주중 북한 대사관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은 빠르면 내일 북한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정남 시신도 함께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억류됐던 말레이시아인 9명도 북한 평양에서 풀려나 이날 고국에 도착했다고 한 말레이시아 외교부 관리가 밝혔다. 이들은 전날 오후 7시45분 평양을 떠나 이날 오전 5시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이는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시신을 북한으로 보내고 상대국 국민의 출국금지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날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성명에서 김정남 시신이 그의 가족 요청에 따라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이송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 정부는 공동 성명에서 상대국에서 출금금지조치를 당한 국민에 대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시신을 북한에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사실상 두 손을 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이 2월13일 살해된 직후 약 한 달반 동안 시신을 쿠알라룸푸르 병원 영안실에 보관했다. 시신을 북한으로 보내라는 북한 정부의 요청을 무시한 채 김정남의 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하겠다며 가족을 기다렸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돌연 "북한에 있는 가족의 서신에 따라 북한으로 시신을 이송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은 사실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유일하기 때문에 결국 북한 정부에 시신을 넘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변심은 북한이 북한 내 말레이시아 국민 출국을 금지시킨 '인질 작전'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작 총리는 이달초 북한의 조치를 비판하며 북한에 억류된 말레이시아 국민 9명의 안전을 끝까지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내 말레이시아 국민에 대한 안전이 우려될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북한과 관계 회복을 꾀하고자 북한 측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교'까지 언급되며 악화일로를 걸었던 양국 관계는 회복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피살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현광성과 김욱일을 북한으로 보내면서 사건의 진실은 더 이상 파악이 불가능해졌다. 그간 핵심 용의자 대다수가 북한 국적으로 확인되면서 북한 정부가 사건에 깊이 개입해 있다는 정황이 무성했다.

하지만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 등 직접적으로 피살에 가담한 용의자만 말레이시아에 남게 됐다. 처벌은 이들 2명에게만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