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檢 조사서 "대가 없었다"…朴 뇌물죄 참고인

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임성균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이 7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죄 의혹과 관련된 참고인 신분이다. 신 회장의 검찰 출석은 이번이 세 번째다. ‘롯데 경영 비리’ 정점으로 지목돼 지난해 9월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나왔고, 지난해 11월에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9시 14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신 회장은 포토라인에 서서 한 차례 고개를 숙였다. ‘면세점 사업권 관련 청탁을 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 아니냐’ ‘검찰의 압수수색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 등의 물음에 “오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만 답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시 오간 얘기 등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입을 꾹 다문 채 조사실로 향했다.


신 회장은 면세점 선정 등 대가를 기대하고 박 전 대통령 요청에 따라 두 재단에 돈을 냈다는 의심을 받는다. 두 재단은 박 전 대통령과 공범인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압력에 못 이겨 돈을 낸 ‘강요 피해자’로 봤지만, 이번 조사로 결론이 바뀔지 주목된다. 롯데는 두 재단에 45억 원을 냈고 이후 75억 원의 추가 출연을 요구받았다. 이 중 70억 원을 K스포츠재단에 냈다가 지난해 6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대가성 거래’가 입증될 경우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양쪽 모두에 뇌물죄가 성립된다. 최씨도 마찬가지다. 2기 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조사에서 신 회장을 상대로 지난해 3월 14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오간 얘기를 집중 확인했다. 한 달여 뒤 정부는 서울 시내 면세점을 더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롯데는 그해 12월 추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롯데가 70억 원의 추가 지원금을 K스포츠재단에 낸 시점이 같은 해 5월이라는 사실에 주목, 대가성을 의심하고 있다.

신 회장은 2015년 11월 잠실 면세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했고,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 가능성도 독대보다 앞선 지난해 3월 초부터 언론에서 거론됐다는 점을 들며 “대가성이 없었다”는 진술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 수사는 신 회장 조사를 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 외 수사 선상에 오른 곳은 그룹 총수 사면 과정과 관련된 SK·CJ그룹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18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면과 관련해 손경식 CJ 회장 추가 소환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특수본 관계자는 “필요하면 하겠지만,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달 중순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며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