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삼성합병 얘기 나오자 이재용 부회장 귓속말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제공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만에 다시 법정에 나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첫 공판 당시와 마찬가지로 수의 대신 흰색 셔츠와 회색 정장을 입었다.

오전 10시부터 점심식사를 위해 한차례 휴정한 것을 빼고 5시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다. 구속 전보다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특검(특별검사)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의 진술조서를 설명하는 동안 피고인석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다가 목이 마른 듯 이따금 물을 마시거나 립밤을 꺼내 발랐다.

이날 재판은 삼성그룹이 최순실씨와 접촉해 정유라씨를 지원하게 된 배경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몰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재판이 특검의 서증조사(검찰이 재판부에 신청한 증거 중 피고인의 동의를 얻어 채택된 것을 법정에서 공개하고 설명하는 절차)와 변호인단의 반박으로 진행되면서 이 부회장이 발언할 기회는 없었다. 재판에서 공개된 장충기 전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 등의 진술조서는 각각 1만쪽에 달했다.

이 부회장은 다만 특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여부를 두고 장충기 전 사장이 이수형 전 미전실 기획팀장 등과 주고받은 문자내용을 설명하는 도중 수차례 옆자리에 앉은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는 등 재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주변에는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전무가 자리를 잡았다. 방청석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 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이 앉아 재판을 지켜봤다.

두 번째 재판이지만 이날도 법정 방청석은 취재진과 일반시민 150명으로 가득 찼다. 방청권을 받기 위해 재판이 열리기 4시간 전부터 줄을 선 이들도 있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오후 들어선 방청석 50석 정도가 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