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근로시간…재계, 문재인 정부 '나침반'에 촉각

재계가 법인세율·근로시간·최저임금·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산업·노동정책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딛고 출범하는 새 정부에선 어느 때보다 변화의 요구가 거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재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법인세율 인상 여부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22%다. 1991년 노태우 정부 당시 법인세 최고세율 34%에서 김영삼 정부 28%,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25%로 내린 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2%까지 인하된 세율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은 22.5%다.


재계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최소한 현행 세율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법인세율이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닌 데다 R&D(연구개발)와 투자 외에 비과세 감면이 정리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세율을 올렸다간 투자와 R&D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법인세율을 35% 이상에서 15%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추세에 맞춰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IT 선두업체인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본사를 이전한 아일랜드의 경우 법인세율이 12.5%에 그친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대해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우려가 크다. 저성장 저금리 여건에서 인건비 부담이 늘면 가뜩이나 취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일 경우 중소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8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특별연장근로 허용, 휴일근로 중복할증 배제 등 제도적 완충장치와 병행돼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에만 무리하게 방점을 둘 경우 모든 국민과 기업이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회를 중심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두고선 최대한 시장경제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국회 과반 정당들이 지지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과 등기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제도) 등 일부 제도에 대해선 해외에서도 거의 전례가 없는 반기업 정책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경영권 보호를 위한 방어권 도입 없이 재벌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현재 논의되는 상법개정안이 입법화되면 기업들이 투기세력의 경영권 위협에 상시적으로 시달리는 것은 둘째치고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국부 유출을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