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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장편 대상=김백상 '에셔의 손' △중·단편 대상=김초엽 '관내분실' △중·단편 우수상=해당없음 △중·단편 가작 5편=김선호 '라디오 장례식', 오정연 '마지막 로그',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혜진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이루카(필명) '독립의 오단계'

다락방에서 '김은하'의 과거를 마주치다

[2회 과학문학공모전 중단편소설] 대상 '관내분실' <12회>

2회 과학문학공모전 당선작 머니투데이 김초엽 |입력 : 2017.11.0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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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왜 만나려는 거냐?”

현욱이 물었다. 지민은 말문이 막혔다.

현욱은 무신경하게 말을 이었다.

“살아있는 동안 이미 서로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이제 와서 마치 엄마를 생각해주는 것처럼 이야기하다니. 지민은 현욱에게 무어라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사실 지민도 그렇다. 처음부터 엄마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충동에 가까웠다. 임신 때문에 호르몬이 변해서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분실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무언가 달랐다.

지민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엄마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요.”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원래 없었던 존재처럼 사라져서는 안 되는 거라고, 지민은 생각했다.

현욱은 지민을 집에 딸린 다락방으로 데려갔다. 그곳에 엄마의 유품을 보관해두었다고 했다. 그가 엄마의 흔적을 모두 내다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예상과 달리, 많은 물건이 남아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엄마의 유품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물건들이었다. 유민과 지민이 어렸을 때의 앨범들, 장난감과 옷, 교과서, 그리고 낡은 육아 일기가 남아 있었다. 지민은 육아 일기를 몇 장 넘겼다. 산후 우울증이 출산 직후에 발병한 것은 아니었는지, 육아 일기는 한 달 정도밖에 쓰여있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어쩌면, 한때 그녀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여기에 있는 물건들도, 전부 김은하 본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타인에 관한 물건들이다. 입맛이 썼다. 현욱은 그녀의 옆에서 생각을 짐작할 수 없는 표정을 한 채로 지민이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것들은 더 없어요?”

현욱은 다락방의 다른 면에 있던 책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수십 권쯤 되는 종이책들이 꽂혀 있었다. 대개는 요리와 육아를 다룬 실용서적들이었다. 지금은 종이책들이 모두 입체 전자책으로 대체되었지만, 엄마가 젊었던 시절만 해도 종이책들을 출간하는 곳들이 남아있었다. 현욱이 엄마가 소장했던 책들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점은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책들을 찬찬히 둘러보던 지민은, 내심 실망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이런 책들을 가지고 마인드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종이책이 드물었다고 해도 어차피 엄마에게는 몇 번 읽은 것이 전부인 책들일 테고, 특별한 기억이 얽혀있다고 볼 수는 없을 테니까.

아무래도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 차라리 엄마가 남긴 몇 안 되는 육아 일기를 가져가야 할까.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간 시선을 돌리려던 지민에게, 문득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책장을 채운 실용서적들 사이에 네 권쯤 되는 책들이 있었다. 제목으로 보아 소설 같았다. 여러 번 펼쳐서 낡아 보이는 다른 책들과 달리 보관 상태가 좋아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을 꺼내봤지만 저자에는 다른 이름이 쓰여 있었다. 엄마는 살아 있던 시절에 소설을 즐기지도 않았다.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단순히 사놓고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 깨끗한 것인지도 모른다. 짧은 순간 품었던 괜한 기대가 스스로 우스워서 지민은 김이 새는 기분이 들었다.

지민은 실망한 기색을 비치며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았다. 그때 현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한 번도 말해주지 않더냐?”

“뭘요?”

현욱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턱짓으로 책을 가리켰다.

“맨 뒤 페이지를 봐라.”

그의 지시대로 맨 뒤 페이지를 폈지만, 출판사의 이름이 적힌 여백과 접힌 날개 외에는 없었다. 혹시나 해서 날개에 있는 책 리스트를 쭉 훑어보았으나 엄마의 이름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뭘 찾아보라는 거야? 지민은 얼른 말해주지 않는 그에게 신경질을 내면서, 다시 앞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현욱이 맞게 펼쳤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건 그냥 서지 정보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페이지로 시선을 옮기던 지민의 시선이 흠칫 멈췄다. 작은 책갈피가 꽂혀 있었다. 표지와 같은 삽화가 그려진, 얇은 코팅 종이를 자른 것이었다.

책갈피를 들어 올리자 가려져 있던 글씨가 보였다. 표지 디자인, 김은하. 열흘 만에 처음으로 찾은 은하의 이름이었다.

현욱이 옆에서 말했다. “너희 엄마가 있던 곳에서 펴낸 책이야. 지금은 이런 종이책을 찾아보기도 어렵지만.”

지민이 손으로 책갈피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엄마가, 출판사에서 일했어요?”

“너를 낳기 전까지 다녔을 거다.”

인덱스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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