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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장편 대상=김백상 '에셔의 손' △중·단편 대상=김초엽 '관내분실' △중·단편 우수상=해당없음 △중·단편 가작 5편=김선호 '라디오 장례식', 오정연 '마지막 로그',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혜진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이루카(필명) '독립의 오단계'

지민 엄마, 그리고 김은하의 삶

[2회 과학문학공모전 중단편소설] 대상 '관내분실' <13회>

2회 과학문학공모전 당선작 머니투데이 김초엽 |입력 : 2017.11.11 06:51|조회 : 6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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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애초에 엄마가 한때는 다른 일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지민이 생각하던 엄마는 언제나 집 안에서 무기력한 얼굴을 하고 있던 모습이었지, 밖에 나가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그녀의 이름이 쓰인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왜 하지 못했을까? 당연히 은하에게도 지민을 낳기 전의 삶이 있었을 것이다. 우울증이 재발하기 전, 아이라는 족쇄에도 걸리지 않고,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때가.

지민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본 현욱이 덧붙였다.

“어차피 출판사는 다 망해가고 있었어. 미디어 회사들에 모두 통합되어서, 종이책만 출간하는 곳은 사양 산업이 된 지도 한참이었고.”

지민은 멍하니 엄마의 이름을 쳐다보았다.

“뭐, 버티고 있었으면 일 년, 아니면 이 년쯤 더 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필 그때 출산휴가를 낸 너희 엄마가 우선순위에 올랐을 뿐이지. 그게 네 탓은 아니었어.”

현욱은 지민의 표정이 굳는 것을 보고 건넨 말이었겠지만, 그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임신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은하는 출판사를 그만두어야 했을 것이다. 지민의 어린 시절 기억에도 종이책들은 대부분 대체된 지 오래였으니까.

하지만 가슴이 싸늘해졌다. 그녀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가 표지를 만드는 일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버티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붙잡고 있었다면, 그녀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다른 인쇄물을 디자인하는 일이나….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한다. 나는. 네 엄마의 병이 하필 출산과 같이 재발할 줄은 몰랐지. 그것만 아니었어도.”

“….”

“어차피 아이를 가지면서 일을 잠시라도 그만두는 건 흔한 일이었으니까.”

지민은 팀장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도 아이는 처음 몇 년이라도 직접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 혹시 그게 발목을 붙잡았던 걸까. 어차피 흔한 일이었으니까…. 지민은 현욱처럼 속 편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모든 상황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사람을 무너뜨린다.

만약 그때, 엄마가 선택해야 했던 장소가 집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어떻게든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면. 표지 안쪽, 아니면 페이지의 가장 뒤쪽 작은 글씨, 그도 아니면 파일의 만든 사람 서명으로만 남는 형편없는 존재감이었더라도.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그러면 그녀는 그 깊은 바닥에서 다시 걸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규정할 장소와 이름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세상에서 그녀를 붙잡아 줄 단 하나의 끈이라도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그러면 엄마는 분실되지 않았을까.

“유품이 필요하다며? 그걸 가져가. 너희 엄마에게 중요한 물건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빠.”

현욱이 돌아서려던 순간 흠칫했다. 그의 발걸음이 부자연스럽게 멈추어섰다.

“아빠는 그동안 한 번도 엄마를 찾은 적 없어요? 그럼 접속해본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유언을 들어준답시고, 가서 인덱스를 지워버린 게 다예요?”

정확히 누구를 원망하고 싶은 것인지도 이제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누군가를 향해서 화를 내고 싶었다.

“그렇게 엄마를 세계에서 고립시키고, 완전히 죽지도 못한 채로,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면서, 단 한 번도 미안한 적이 없었어요? 후회한 적도?”
그건 자신을 향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정적이 흘렀다. 현욱의 표정은 알 수 없었다. 그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을까 싶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낮은 음성이 침묵을 깨고 들려왔다.

“지민아. 넌 마인드에 한 번도 접속해본 적이 없다고 그랬지.”

현욱의 목소리가 잠겨 들었다.

“나는 봤어. 그건 너무 진짜 같았다.”

“….”

“죽어서까지 나를 만나는 게… 고통일 것이라고 생각했어. 더는 만날 수가 없었다.”

지민은 마른 침을 삼켰다. 숨이 목에 걸린 듯 넘어가지 않았다.

현욱은 틀렸다. 이제 엄마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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