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피 흘린 채 개막무대 오른 전인권 “통증 잊고 진정성 담아 불렀다”

가수 전인권(가운데)이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무대에서 이은미, 안지영, 하현우와 함께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불렀다. 무대에 오르기 전 머리를 다쳐 피를 흘린 채 노래를 부른 그는 "통증도 잊은 채 진정성 있게 부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평창=김창현 기자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평화올림픽을 상징하는 단적인 무대는 전인권·이은미·하현우(국카스텐)·안지영(볼빨간사춘기)이 부른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었다. 국경이나 종교, 국적의 장벽 없이 평화로운 세계를 노래하는 이 곡은 이 무대의 ‘맏형’ 전인권이 가장 즐겨 부르는 애창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첫 소절부터 두껍지만 애틋하고, 염원하듯 간절한 그의 창법에 참석자의 시선이 집중됐다. 개성과 매력이 듬뿍 담긴 독특한 스타일의 창법에 '고요한 탄성'이 개막식 객석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의 음색엔 세계인의 귀를 집중시키는 묘한 힘이 스며있었다.


전인권은 무대를 마친 뒤 10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최선을 다해 노래했다”고 말했다.

전인권은 무대에 오를 때 간이 기둥에 머리를 부딪혔다. 간단한 타박상인 줄 알았지만, 노래 부르는 내내 머리에 피가 조금씩 계속 흘러내렸다. 전인권은 “멈출 줄 알았는 데. 그치지 않아 피 흘린 상태에서 노래를 불렀다”며 “노래를 부르는 동안엔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했다.

전인권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이 곡을 요구받았다. 평소에 자주 불러 선뜻 응했던 그는 처음엔 밴드 구성으로 부르고 싶었으나, 정부 측 요구로 지금의 4명 멤버 구성인 ‘보컬 협연’의 모습을 갖췄다.


“결과적으로는 아름다운 화음이 나온 것 같아요. 개성 있는 보컬들이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나름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전했으니까요. 4명의 호흡도 아주 좋았죠.”


전인권은 평소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이 무대에 올랐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채웠던 의상은 녹색 목도리에 흰색 코트로 화사하게 바뀌었고, 창법도 감정을 짙게 싣거나 가창력을 앞세우는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그는 “평소 무대 같으면 손짓을 섞어가며 노래했는데, 이번엔 그냥 조용히 눈감고 노래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굳이 의식하지 않고 가수로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전 세계인이 보는 무대에 ‘제 못생긴 얼굴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을까’ 그 정도 걱정은 한 것 같아요. 무대 끝나고 나서 너무 진정성 있는 무대가 좋았다는 호평에 사실 몸 둘 바를 몰랐어요. 그중 평소 냉정하기로 소문난 제 딸 아이가 좋았다고 해서 더 뿌듯했어요.”

전인권은 “혼란의 시대에 평창 올림픽에서 선보인 이 노래로 조금의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평화가 필요한 곳에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