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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설계사 수수료 체계 바꿔 불완전판매 근절해야"

[머투초대석]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IFRS17 연착륙 지원, 모든 회원사 사장 일대일 개별 면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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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사진=홍봉진 기자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사진=홍봉진 기자


“보험을 팔면 설계사가 수수료를 1~2년 이내에 거의 다 받는다. 보험은 장기상품인데 설계사 입장에선 1~2년 지난 고객은 돈이 안된다. 그러니 설계사로선 고객 관리보다 일단 보험을 많이 파는게 중요하다. 보험사에서 오래 근무하며 이 수수료 체계가 보험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수수료를 보험 계약기간에 맞춰 나눠 지급한다면 설계사는 보험을 파는데만 급급하지 않고 오랫동안 고객을 유지, 관리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 경우 보험을 중도 해지할 때 환급금이 늘어나는 장점도 있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장기 분급 체제로 바꾸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수수료 체계 변경이 불완전판매를 줄여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주효한 방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기 분급 시스템이 정착되면 고객을 오래 유지하는게 돈이 되는 만큼 연금보험처럼 설명하면서 종신보험을 파는 식의 불완전판매도 줄고 보험을 판 뒤 더 좋은 조건에 다른 보험사로 옮겨 다니는 철새 설계사도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처럼 설계사 수수료 지급 시스템을 바꾸려면 생보업계는 물론 손보업계의 동참도 필수다. 보험업계 일부만 장기 분급 시스템을 도입하면 설계사들이 단기간에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선급 시스템 시행 보험사로 이동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단번에 보험 계약기간에 맞춰 수수료를 분급하면 설계사 수입이 갑자기 급감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단계적으로 가야할 것”이라며 “실무선에서 방안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회원사 의견을 듣고 손보협회와도 논의해 금융당국에 건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취임 100일을 맞는 신 회장을 만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준비 등 보험업계 현안과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생명보험사 CEO(최고경영자)를 하다 협회장이 되니 어떤가.

▷보험사 CEO 시절에는 실적 등 순익 지표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협회장은 계량화된 실적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대신 업계 전체의 관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다. 협회장이 기본적으로 업계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회원사 이익만 대변할 수는 없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사회 여론을 함께 고려해 국회와 언론, NGO(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생보사라도 회사별로 이해관계와 관심사가 다를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금융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만 해도 회사별로 입장이 다르다. 자본확충이 발등에 불로 시급한 곳이 있는가 하면 외국계 생보사나 금융지주 계열 중소형사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회사별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회원사 사장과 일대일로 만나보려 한다. 여러 회사가 모여있는 자리에서는 개별 회사 사정을 솔직히 공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올 상반기 중에 모든 회원사 사장들과 한번씩 따로 만나 대화할 생각이다.

-IFRS17 및 킥스 도입에 따른 자본 부담이 걱정하는 것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여름 킥스와 관련해 필드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상당한 규모의 자본이 부족했던 것으로 안다. 지난해 생보업계 전체적으로 3조원의 자본을 확충했고 금리도 상승 추세라 부족한 자본 규모가 좀 줄었을 수도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거다. 유럽에서도 일부 보험사들이 2021년 IFRS17 시행은 무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들었다. 올 상반기 중에 유럽에 직접 가서 보험사들이 IFRS17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파악할 생각이다. 이후 유럽에서 조사한 내용을 업계와 공유해 금융당국에 건의할 내용이 있으면 하려 한다. 중요한 것은 보험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거다.

-IFRS17을 도입하려면 시스템 등의 준비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IFRS17과 관련해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곳이 대형 회계법인 4개밖에 없다. 이 4곳은 이미 대형 보험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중소형사는 할 데가 없다.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회사가 태부족이고 그런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인력 확보도 어렵다. 자본확충뿐만 아니라 IFRS17 도입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도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2021년 IFRS17 도입은 국제적인 약속인 만큼 미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감독회계기준인 킥스만 의무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면서 보험사들이 준비할 시간을 주면 되는 것 아닌가.

▷킥스가 어떤 내용으로 준비되는지 공개된 것이 거의 없어 뭐라 답하기가 어렵다. 금융당국도 멀쩡한 회사가 회계기준 변경으로 하루아침에 부실 금융사가 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은 갖고 있는 것 같다. 다만 IFRS17 도입에 따른 킥스 시행 로드맵이라든가 초안이라든가 이런게 빨리 공개돼 대비할 것은 하고 어려운 것은 사정을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국회에서 보험에 대한 장기 비과세 혜택을 줄인데 이어 개인연금에 대한 세액공제도 축소하려 한다.

▷비과세나 세액공제 혜택이 서민이 아닌 부유층에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논리인데 좀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노년층이 너무 빠르게 늘어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 대비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민 노후의 상당 부분은 사적연금을 통해 자발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단이 세제혜택이다. 사람들은 세제혜택을 받는 수준까지만 돈을 적립하는 경향이 있어 사실 연금 등에 대한 세액공제는 더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보업계는 물론 은행, 손해보험, 금융투자회사 등 다른 금융업권과도 협조해 이런 점을 설득해 나갈 계획이다.

-종신보험 판매가 정체되는 등 생보업계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이 될만한 상품 영역이 있나.

▷종신보험은 자신이 사망했을 때 남은 가족의 생활을 위한 상품이다. 최근에는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늘고 출산율도 떨어져 종신보험에 가입할만한 유인이 약해졌다. 종신보험에 비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팔린 상품이 정기보험이다. 정기보험은 종신보험의 만기를 3년, 5년, 10년 등으로 잘라 보장하는 상품인데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싸고 계약기간 동안 보장은 종신보험과 같아 해외에선 단체보험 형태로도 많이 팔린다. 보험사가 고객의 건강까지 관리해주는 헬스케어도 유망한데 국내에선 의료행위와 구분이 모호해 법률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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