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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화 콘텐츠 살리고, '신한류' 토대 만들 것"

[머투초대석]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인터뷰

머니투데이 대담=배성민 문화부장, 정리=배영윤 기자 |입력 : 2018.04.1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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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사진=임성균 기자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사진=임성균 기자
"지역 콘텐츠 육성 및 사업화를 통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우리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신한류' 토대를 만들겠다. 추락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위상을 높이고 대국민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이하 콘진원)은 이전 정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관련해 송성각 전 원장이 인사 구설에 시달려 대외 신뢰도가 떨어졌다. 지난 12월29일 취임한 김영준 원장이 가장 먼저 팔을 걷어 부친 것이 '조직 쇄신'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원장은 "한달만에 조직 개편 인사를 마무리짓고 내부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하고 계획된 사업들을 시작했는데 아직 외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며 "올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이 바뀔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대내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을 운영하고 그것이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난다면, 떨어진 콘진원의 신뢰도는 자연스레 회복될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취임 100일(4월7일)을 앞둔 지난 4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김 원장을 만나 현안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 직후 콘진원은 여러 회의를 거쳐 올해 사업계획 등을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고 전해왔다.

-조직 개편 작업이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됐다. 미리 구상했었나.

▶(내정된 후) 검증 기간이 길어 그동안 이런 저런 정보 찾고 공부도 많이했다. 내가 통과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준비는 해야할 것 같았다. 가장 크게 바뀐 게 팀 단위였던 지역 콘텐츠 담당 부서를 '지역콘텐츠진흥단'으로 만든 거다. 본부 단위로 끌어올리고 싶었지만 우선 진흥단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또 하나는 여성 부서장을 많이 배출했다는 것. 조직 개편 하면서 높은 직급 맡을 인력 구성원에 여성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진입장벽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이걸 틀어줘야 이런 관행이 오랫동안 지켜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현장을 찾았다. 실제 대중음악산업에 오랫동안 몸 담았었는데, K팝 등 우리 콘텐츠 해외 진출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게 있나.

▶SXSW는 내가 잘 아는 행사다. 2~3번 정도 갔다. 이번엔 콘진원에서 공모해서 선정한 아티스트 7팀과 함께 갔다. 최근 대중음악 제작·유통 환경이 바뀐 만큼 행사도 많이 달라졌을 거라 예상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SXSW는 영화, 인터랙티브, 음악페스티벌, 컨퍼런스 등으로 구성된 행사인데 10년 전에 비해 음악페스티벌 규모가 줄었다. 대신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된 인터랙티브 행사가 많아졌다.

결국 음악 콘텐츠를 기본으로 하는 융복합 기술 산업 즉, 4차산업 혁명 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단순히 아티스트들을 해외 무대에 진출시키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생각했다. 해외 시장 패턴이 이미 바뀌고 있는데 현재 콘진원 사업 모델들은 진부하다. 시장이 열려 있으면 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뭘 사고 싶어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에 따라 사업 내용도 바껴야 한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사진=임성균 기자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사진=임성균 기자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내수 시장은 한한령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콘텐츠 산업은 세계적으로 4.6% 정도 성장하고 있다. 그에 비해 토양은 말라있다. 첨단 기술에 따라오지 못하는 과도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양이 풍요로워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내수시장은 지역 특화 콘텐츠 살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역콘텐츠진흥단'을 만든 이유다. 각 지역 관광·행사·스토리 등 지역에서 소비될 수 있는 콘텐츠를 육성할 방침이다. 지역 콘텐츠가 활성화되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콘텐츠도 그만큼 많아진다. 공공 영역에서 콘텐츠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에서 진행하는 재해·재난 안전 등 공적 기능을 가진 교육프로그램들도 콘텐츠로 채워야 한다.

-지역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 같은데.

▶올해 콘진원 예산이 약 3000억원 정도인데 각 부서 별 지역 관련 사업 예산을 다 모아봤더니 390억원 정도 되더라. 가장 많은 비중인 문화기술(CT) 예산(약 500억원) 다음이다. 게임과 방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 정도로 지역에 투입되는 예산이 적지 않다.

-해외 사업 관련해서 '신한류'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기존 한류는 지역과 장르가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한계가 있다. 한한령으로 인한 피해도 여기서 비롯됐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게임 산업은 우리를 넘어섰다. 일방통행식 문화 교류는 거부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베트남에서 이미 한류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하지 않나. 기존의 방식으로 더이상 안된다.

해외 진출에 적합한 장르와 컨텐츠,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각 부처마다 한류 관련 사업이 있는데 이걸 한 데 모아 운영하는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모든 전략을 세우고 관련 예산을 모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하자는 얘기다. 한류를 물줄기에 비유하자면, 5㎜ 파이프 10개 뚫는 것보다 50㎜ 파이프 1개가 더 효율적이다. 그러려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콘텐츠 산업 규모는 휴대폰·조선 산업보다 몇배는 더 크다. 그런 차원에서 신한류 전략이 필요하다. 때가 되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려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갑질, 공정과 상생이 화두다. 콘진원에서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이 있을까.

▶그 부분에서 사실 콘진원 역할에 한계가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기여할 생각이다. 방송국과 제작사, 창작자들의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하고 기업과 창작자가 함께 해 시너지가 나는 상생 모델이다.

이를 위해 '기술체화형 창작역량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4차산업 혁명 시대에 융복합 환경으로 바뀌어가는 상황에서 1차적 창작집단들이 4차산업 혁명 기술을 알아야 한다. 첨단 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한다지만 결국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창작자들은 지금보다 물적 토대가 좋은 환경에서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을 알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는 아직 비주류이자 틈새시장(니치마켓)이다. 기술이 합쳐진다면 니치마켓이 글로벌화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들과 창작자들간의 다양한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게끔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사진=임성균 기자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사진=임성균 기자
-내년에 '한국영화 100주년',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 등 의미있는 행사들이 많다. 남북 문화 교류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중요한 행사들과 관련된 사업들이 발전된 기술 환경에 걸맞게 분류돼 있는지 곱씹어봐야한다. 시의성에 맞게 소비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이 활발히 이뤄져야한다. 콘진원이 공적 기관으로서 그런 측면에 좀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본다.이만희 감독 영화 '만추',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도 우리나라에 원본, 완본이 없다고 한다. 임시정부수립과 항일 운동에 관한 기록들은 북한에도 많이 있을 거다. 남북 문화 교류에서도 콘텐츠로 엮어낼수 있는 부분이 많다.

-지난달 말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를 개소했다.
▶미투 이슈가 불거졌을 때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 사회 문화 성숙도를 시험하는 것이고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고 본다. 일반적인 성폭력 상담·신고 센터가 아닌 '성평등센터'를 내걸었다. 콘진원은 개인보다는 주로 사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을 한다. 사업체, 회사는 권력관계가 더 심할 수 있다. 상담·신고센터를 열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용기 내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콘텐츠를 앞세워 인식의 틀을 바꾸는 캠페인을 펼치자는 데 주목했다. 센터 이름 '보라'는 우아하고 화려하면서도 두려움을 해소하고 불안함을 정화시키는 색깔인 '보라색'과 지금까지와 다른 시선으로 '보라'는 두 가지 중의적인 뜻을 담았다.

-임기 동안 꼭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우선 올해는 기 편성된 예산에서 사업 내용들을 충실하게 해 나가는 데 집중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자율과 책임이 동시에 부여되는 조직문화로 탈바꿈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조직 개편은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밑작업이다. 매 회의 때마다 강조하는 게 '협업'이다. 콘진원 직원들 개개인의 전문 식견이 뛰어난데 반해 그 능력들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다. 협업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성과주의에 매몰되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 인사 평가 틀을 바꾸는 등의 작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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