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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스승의 날 없애자 했죠, 자존심만 상해서"

[스승은 없다-②][인터뷰]靑 청원 1만명 이끈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교육 정책서 '교사 패싱' 서러워"

머니투데이 익산(전북)=유승목 기자 |입력 : 2018.05.13 05:01|조회 : 2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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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전북 익산 이리동남초등학교 교사). /사진= 유승목 기자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전북 익산 이리동남초등학교 교사). /사진= 유승목 기자

[빨간날]"스승의 날 없애자 했죠, 자존심만 상해서"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독특한 청원이 올라왔다. 곧 있을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란 내용이었다. 이에 1만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13일 현재). 청와대 답변 기준(한 달 내 20만명)을 채우진 못했지만 깜짝 반응이었다.

청원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직 교사였다. 스승의 날에 축하 받을 주인공이 이를 없애달라 청원하다니! 자연스레 사연에 관심이 쏠렸다. 주인공은 전북 익산 이리동남초등학교 1학년 3반 담임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이다. 스승의 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 8일,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사와 스승? 엄연히 달라= 8살 새내기 초등학생들이 하교할 무렵, 정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한 가지를 강조했다. "교사는 '스승'이 아니다"였다.

이는 2000년 임용된 이래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교육 활동을 펼치는 동안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의문이자 결론이었다. 정 회장은 "애초에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교사와 '가르쳐서 인도한다'는 스승은 사전적 정의부터 다르다"라고 말했다.

스승과 교사를 똑같이 보는 시선은 근대적 교육이 만든 통념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첫 번째 스승은 부모다. 또 삶의 가르침을 준다는 점에서 교사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스승이 될 수 있다"며 "교사도 스승일 수 있지만 모든 교사가 스승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 시스템이 현대적으로 바뀌고 사회 곳곳에 '멘토'가 있는 요즘 시대에 교사와 스승을 동일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문적인 직업인의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이든 가르치고 이끄는 스승과 달리 교사는 전문 훈련을 통해 공인자격을 갖추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정 회장은 "가르치는 것을 잘해서, 혹은 안정적이기 때문 등 교사가 되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를 위해 훈련을 받고 교사가 된다"며 "이유가 어떻든 간에 교사가 되면 직업적 소명과 책임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전북 익산 이리동남초등학교 교사). /사진= 유승목 기자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전북 익산 이리동남초등학교 교사). /사진= 유승목 기자

◇형식과 편견에 사로잡힌 '스승의 날', 교사 어깨만 짓눌러= 이런 맥락에서 스승의 날은 그저 부담일 뿐이라고 했다. 더 나은 교육자로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실질적 도움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교사들의 사기는 오히려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형식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정부포상계획에 따라 포상대상자를 추천하라는 공문이 학교로 내려온다. 정 회장은 "형식적인 상 하나를 두고 교사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괜한 위화감도 조성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교사의 자존감을 짓밟기도 한다. 정 회장은 "국민권익위원장은 학생 대표가 아니면 카네이션 한 송이도 선물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멋대로 유래도 불분명한 스승의 날을 정해놓고 교사를 선물을 바라는 사람으로 만드는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다"라며 "교사들도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선물을 받지 않는 것을 반긴다"고 강하게 말했다.

◇교사, 실질적 교육의 주체가 돼야= 정 회장은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할 스승같은 교사가 필요하다면 교사의 전문성을 키울 기회를 마련하고 최소한의 교권 보호 방안부터 확립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지만 교사로서 교육의 주체로 살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사례로 교육 정책에 현장 교사 목소리가 배제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정 회장은 "정부가 구성한 국가교육회의 위원에 현장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다"며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편안마저 현장교사가 없는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하라고 떠넘기는 상황이니 교사 패싱·정책 토싱의 상황이 서럽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인 지난해 5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초등학교에 교육청에서 준비한 카네이션이 놓여 있다./사진=뉴스1
스승의 날인 지난해 5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초등학교에 교육청에서 준비한 카네이션이 놓여 있다./사진=뉴스1
온전히 교육할 수 있는 권리도 침해 받고 있다. 정 회장은 "교권은 '교사의 권위'가 아니라 '교육할 수 있는 권리'로 학생인권과 동반성장하는 가치"라며 "막 나가는 학부모, 교육적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 그리고 자질 없는 교사 등 소수가 교실 안의 다수의 학생과 교사에 피해를 주는 상황에서 이를 제어하는 대책이 없다. 나날이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2~2016) 학부모의 명예훼손,학생의 폭언·폭행 등 교권침해 행위가 2만3576건에 달하는 등 교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이에 무관심한 모습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의 보장 △인권존중 학교문화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을 발표했다. 그러나 '교권 보호'관련 내용은 단 한 장(전체 34장)에 불과했다.

◇스승 아닌 교사로 당당하게 살고 싶어= 정 회장의 오랜 고민의 결과는 2016년 출범한 '실천교육교사모임'이다. 뜻이 맞는 교사 몇 명과 시작한 단체는 어느새 교장부터 초임 교사까지 900여 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스승의 날 폐지 청원도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나온 결과다.

그가 주도하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부각해 실질적인 교육환경 개선과 교사 능력 계발 추구가 목표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자유롭고 수평적인 의사결정 방식과 능력 계발이라는 목표로 젊은 교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정 회장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스승의 날은 여전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현장의 교사들이 스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소명의식 투철한 교사로, 직업인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날까지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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