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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마스크 쓰기 힘든데…미세먼지 덮친 부·울·경

[미세먼지에 두 손 놓은 지방 지자체]①비상저감조치 없거나 있어도 발령 기준 까다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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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갇힌 부산 도심과 광안대교/사진=뉴시스
미세먼지에 갇힌 부산 도심과 광안대교/사진=뉴시스

"울산도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요. 공장 많은 쪽이 유독 상황이 심한데, 이 더위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도 힘들고…"(심모씨·56)

한반도 동남부가 폭염에 미세먼지까지 이중고를 겪었다. 중국과 몽골 등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여름철은 '마스크 해방'이라는 공식도 깨졌다.

이달 10일부터 약 1주일간 울산을 중심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자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부랴부랴 회의를 열고 대책을 내놓았다. 배출사업자를 대상으로 합동 특별점검도 나선다고 밝혔지만, 지역 시민들은 이미 숨쉬기 힘든 고통을 겪은 뒤엿다. 미세먼지 문제에 수도권 외 지자체들이 이제까지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 중에서도 울산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16개 시도의 주간 대기오염도에서 지난주(16~22일) 미세먼지(PM10)만 봐도 울산은 61㎍/㎥로 전국 주간 평균(40㎍/㎥)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서울(32), 인천(29)을 기준으로 보면 배에 가깝다.

초미세먼지(PM2.5)가 심각했던 19일과 20일에 울산은 1㎥당 미세먼지 농도가 66, 60㎍까지 치솟았다. 환경부 기준으로 36~75㎍/㎥ '나쁨'으로 분류된다. 부산과 경남 역시 각각 최고 59, 44㎍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과 인천은 최고 21㎍/㎥ 수준(보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자체가 당장 시행한 조치는 없었다. 울산과 경남은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 발령하는 비상저감조치 제도 자체가 없다.

환경부는 비상저감조치는 지자체가 시행해야 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지역 상황에 맞게 시행하는 것으로 법적 근거가 없는 제도인데 수도권을 시작으로 자발적으로 지자체들이 제도를 만든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미세먼지 특별법이 통과되면 울산, 경남 등 나머지 지자체도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올해 3월에 제도를 만들었지만,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하면 발령 기준이 높다. 부산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기준은 '당일 주의보 발령시'로 초미세먼지(PM2.5)가 75㎍/㎥를 초과했을 때(매우 나쁨)다. 이틀 연속 50㎍/㎥만 넘어도 비상저감조치를 실시하는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에 비하면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각 지자체가 지역 상황에 맞게 시행하는 비상저감조치 특성이 무색한 것도 문제다. 부산 등 지역은 자동차보다 선박과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큰 요인인데 공무원 차량 2부제, 대형소각장(5개소) 소각물량 제한, 자동차 공회전 등 단속 등 다른 지역과 비슷한 저감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번 부산·울산 지역에서 나타난 고농도 초미세먼지(PM 2.5)는 80%가 국내 요인으로 나왔다. 특히 산업단지에서 뿜어져 나온 오염물질이 해륙풍으로 육지와 바다를 오가다가 햇빛을 받아 고농도 미세먼지로 발전한 경우가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 정체 상황이 풀리면서 24일 현재 대기 질은 나아졌지만 언제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알 수 없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급하게 내놓은 대책은 지역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 사업장 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자율성'에 기대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미 늑장 대응을 겪은 시민들은 대책의 기본인 미세먼지 측정 수치 자체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수치가 좋다고 하는 날 공기가 맑지 않고 반대로 활동에 문제가 없는데도 수치는 '나쁨'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남 창원에 사는 송유진씨(33)는 "미세먼지 수치와 체감이 항상 달라서 수치를 별로 안 믿는 편"이라며 "주로 멀리 산이 보이는가로 판단하는데 '미세먼지가 많다'라고 (예보)했는데 막상 나가보면 하늘이 맑을 때도 많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생활 환경과 정부가 주는 기본 정보부터 차이가 상당하다는 의견이다.

경남의 경우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대기 오염측정소는 25곳에 있다. 경남보다 면적이 적은 서울은 총 39개 측정소를 운영한다. 부산은 21개. 울산 17개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한 재난 분야 전문가는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사회 발전의 표시였던 시절은 지났고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며 "예전만큼 빠른 성장을 못하더라도 지자체가 (미세먼지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진달래 aza@mt.co.kr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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