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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강화복·게리 올드만의 뚱뚱한 몸…제 손에서 탄생했죠"

[인터뷰] '바늘 하나로 할리우드를 접수하다' 낸 바네사 리 특수의상 제작전문가…"장애 편견 싫어 2, 3배 더 뛰었다"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입력 : 2018.08.0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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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리(Vanessa Lee) 슈퍼슈트팩토리 대표./사진제공=슈퍼슈트팩토리
바네사 리(Vanessa Lee) 슈퍼슈트팩토리 대표./사진제공=슈퍼슈트팩토리
"Pattern makers for movie costume."(영화의상을 위한 옷본 제작자 구합니다.)

바네사 리(한국명 이미경·49) 슈퍼슈트팩토리 대표를 '바늘 하나로 할리우드를 정복한 한국인 아줌마'로 만들어준 신문광고 문구다. 작은 구인광고에 마음이 동한 그는 8년간 안정적인 패턴사(옷의 본을 뜨는 제작자) 일을 그만두고 30대 중반에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이후 15년간 '아이언맨', '토르', '스타트렉', '다키스트 아워' 등 100여 편 이상의 영화에 참여한 할리우드 최고 몸값의 패브리케이터(Fabricator·특수의상 제작전문가)가 됐다.

최근 그는 '바늘 하나로 할리우드를 접수하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 작업한 '인랑' 속 강동원·정우성이 입은 강화복(프로텍트 기어) 제작기를 비롯해 게리 올드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 등 패브리케이터로 성공하기까지의 일화를 담았다.

지난 3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인랑' 마니아였던 터라 처음 요청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며 "더구나 한국 영화란 얘기를 듣고 두 배로 반가웠고, 강동원씨가 주연이란 소식에 다섯 배쯤 더 반가웠다"고 했다.

이어 "할리우드 작품들에 비해 제한적인 예산으로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내지 못해 아쉽다"며 "그럼에도 배우들이 잘 입어줘 멋진 슈트로 표현된 것 같아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바네사 리는 고졸 학력에 두 살 때 소아마비까지 앓아 불편한 한쪽 다리로 생활한다. 고등학교 땐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직장 구하기도 어려웠다. 26세에 미국 이민 길을 선택한 것도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장애인, 고졸, 가난, 편모슬하, 작은 키에 예쁘지 않은 외모 등 한국 사회에서 나는 '을 중의 을'이었다"며 "미국에 와서는 영어 못하는 동양 여자라는 핸디캡까지 추가됐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는 적극적인 태도로 항상 새로운 도전에 몰입했다. 그런 그의 열정에 세상이 조금씩 답해줬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어요.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과 가서 찾아오는 사람. 저는 장애로 인해 뒤처지는 게 싫어 언제나 두 발짝 세 발짝 더 뛰어다녀야 했죠.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기도 하고 바쁘게 살면 그 시간도 빨리 가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 '인랑' 속 강화복(왼쪽)과 '다키스트 아워'를 위해 개발한 팻슈트를 제작하고 있는 바네사 리 대표./사진제공=슈퍼슈트팩토리
영화 '인랑' 속 강화복(왼쪽)과 '다키스트 아워'를 위해 개발한 팻슈트를 제작하고 있는 바네사 리 대표./사진제공=슈퍼슈트팩토리

새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양의 조사에 나선다. 새로운 재료나 방식을 공부하고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부터 박물관 골동품도 연구한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떻게 해야 배우를 더 돋보이게 할까'와 '배우의 안전'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를 꼽았다. 그가 지난 2016년 설립한 특수의상 전문 제작사 '슈퍼 슈트 팩토리'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윈스터 처칠의 풍채를 재현하기 위해 가벼우면서 활동성이 좋은 '팻슈트'(Fat suit·체형보정용 슈트)를 직접 개발했는데, 이 작품으로 게리 올드만은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책이 힘든 상황에 계신 분들이나, 뭔가를 해보려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항상 도전합니다. 이 나이에도 말이죠. 더 잘하고 싶고, 더 재미나게 일하고 싶어요. 이런 마음은 평생 갈 것 같은데 몸이…(웃음)."

지천명을 바라보는 그에게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바네사 리 대표가 제작한 영화 속 특수의상들./사진제공=슈퍼슈트팩토리
바네사 리 대표가 제작한 영화 속 특수의상들./사진제공=슈퍼슈트팩토리

배영윤
배영윤 young25@mt.co.kr facebook

머니투데이 문화부 배영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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