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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밖 아이들 품은 귀국엄마 '오지랖 영어 돌봄'

[인터뷰]안미하 영어교육협동조합 '잉쿱' 이사장…"옆 아이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입력 : 2018.09.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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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하 잉쿱 대표/사진=잉쿱 제공
안미하 잉쿱 대표/사진=잉쿱 제공

1996년 갓 서른에 유학생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2011년 40대가 돼 돌아왔다. 가진 것 없이 떠난 한국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남부럽지 않았다. 미국 IT(정보기술) 기업에서 일한 남편은 대기업에 스카우트됐고 원어민급 아들의 영어 실력은 서울 강남 엄마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굳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쳤다. 2011년부터 올해로 7년째 영어교육협동조합 잉쿱(‘English cooperative’의 줄임말)을 이끌고 있는 안미하 이사장(52) 이야기다.

잉쿱은 영어교사 출신 경력단절 여성들이 지역 아동센터와 가정 밖 아이들이 생활하는 그룹 홈을 찾아가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교육협동조합이다. 안 이사장이 2011년 재능기부로 시작했다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영어교육을 위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19명의 엄마들이 함께 하고 있고, 올해만 120명의 아이들이 잉쿱에서 공부 중이다.

“제가 원래 좀 오지랖이 넓다”고 말한 안 이사장은 미국에서 프랜차이즈 식당 2곳을 운영했다. 남편이 회사에서 받은 스톡옵션에 은행 융자를 얹어 빠듯하게 차렸다. 그런데도 4년 동안 매일 첫 매상은 소아환우들을 위해 기부했다. 아들이 어릴 때 병마와 싸우며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 때문이다. 멕시칸·흑인 직원들도 살뜰히 챙겼다. 대접받은 직원은 절로 손님들에게 친절했고 입소문을 탄 식당은 연평균 매출 10억원씩 올리다가 본사에 인수까지 됐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영어로 재능기부에 나섰다. 그렇게 그룹 홈에서 만난 첫 아이가 가슴을 때렸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뛰쳐나온 아이였다. 중학생이었지만 알파벳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선 재능기부만으론 부족하다고 깨달았다. 그 길로 뜻을 같이하는 귀국 엄마들과 잉쿱을 차렸다.

안 이사장은 “그룹 홈과 아동센터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인데도 A, B, C를 못 뗀 얘들이 수두룩하다”며 “이 상태로 사회에 나가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에게 무슨 영어냐’는 말도 듣지만 적어도 아이가 자라서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을 때 ‘헤어 로션’은 영어로 읽을 줄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수입차 업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에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중장기 교육지원 사업을 제안했다. 그 덕분에 형편이 어려운 서울 초등학생 100명이 3년간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됐다. 안 이사장은 “50점 맞던 아이가 80점을 맞으니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게 되더라”며 “영어가 ‘세상에 나가서 뭔가를 해볼 수 있다’는 용기의 사다리가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4월부터는 서울 중랑구에 잉쿱아이학원이란 보습학원도 세웠다. 실력 있는 국어·영어·수학 강사들을 모아 일반 아이들도 받았다. 무상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차별 없는 꿈, 공정교육’이란 잉쿱의 슬로건 그대로다.

오지랖 넓은 이의 꿈은 역설적이게도 잉쿱이 하루빨리 사라지는 것이다. 안 이사장은 “정부와 기업, 무엇보다 우리 어른들이 다 함께 노력해 소외된 아이들이 사라져 잉쿱도 사라지는 게 제 꿈”이라며 “옆 아이가 불행한데 내 아이만 행복할 수는 없듯 다른 아이들이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진
이해진 hjl1210@mt.co.kr

안녕하세요 사회부 사건팀 이해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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