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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낙태, 죄와 벌 관련기사6

"제발 지워주세요"… '낳아라' 말할 수 없는 의사

[낙태, 죄와 벌④]목숨 끊을듯 울며 매달리는 사람들… "산부인과 의사에 회의"

[MT리포트] 낙태, 죄와 벌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이해진 기자 |입력 : 2018.10.28 18:30|조회 : 6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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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한민국에서 신체건장한 여성의 낙태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낙태는 현행법 위반이다. 하지만 출산 역시 선택하기 어려운 답이다. 특히 미혼 여성은 낙인이 찍혀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분위기다. 장기 공백을 마무리하고 완전체를 이룬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을 앞두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낙태죄 이슈와 직결되는 미혼모 문제를 조명해 사법부의 판단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우리 사회 현실을 짚어봤다.
"제발 지워주세요"… '낳아라' 말할 수 없는 의사

# "출산 권유가 실수였나 싶었어요."

26년 경력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얼마 전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을 하러 온 20대 여성을 떠올렸다. 유명대학 무용학과를 갓 졸업하고 발레리나를 꿈꾸던 이 여성은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다. 우여곡절 끝에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 여성은 남편의 폭언과 외도에 시달리다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최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 "일방적으로 파혼당한 분들이 오면 외면하기 힘들죠."

25년차 산부인과 의사 B씨는 임산부가 남자의 변심으로 낙태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B씨의 병원을 찾은 결혼을 앞둔 한 연인은 임신 사실을 확인했을 때만 해도 기뻐하며 임신을 축복했다. 하지만 몇 주 후 남자친구로부터 이별을 당한 여성은 낙태를 하러 왔다.

# "목숨을 끊겠다며 울며 매달리니 어쩔 수 없었어요."

30년 넘게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 C씨에게 산후우울증을 겪는 환자가 찾아왔다. 아이를 살해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는데 덜컥 둘째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남편이 우울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둘째를 원한다며 피임을 하지 않은 탓이었다. C씨는 "수술을 안 해주면 목숨을 끊을 것 같은 여성의 호소를 외면하지 못했다"며 "산부인과 의사가 된 것에 회의를 느낀 때였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지만 수술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올해 3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16~44세 가임기 여성 2006명 중 21%인 422명이 낙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형법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를 위반한 의료인에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려왔다. 28일 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270조 위반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27명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낙태죄 정책이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의사 A씨는 "원치 않는 임신의 원인 제공자는 낙태에 동의해도 처벌받지 않고 여성과 의사만 처벌받는다"며 "여성들은 수술하는 것만으로 큰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는데 범죄자라는 주홍글씨마저 찍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외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A씨는 "한번은 임신한 중학생 딸을 데리고 낙태 상담을 하러 온 엄마에게 '딸을 범법자로 만들 수 없지 않냐'며 출산을 유도했더니 엄마가 무릎 꿇고 울며불며 수술해달라고 애원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미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부가 더 이상 출산을 하기 힘들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며 "그런 분들에게 출산을 권하면 '정부가 먹여 살려줄 것도 아닌데 무조건 낳으라고만 하냐'며 화를 낸다"고 말했다.

의사 B씨는 "낙태는 상대 남성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빚어질 때가 많다"며 "현행법의 빈틈을 남성 스스로 악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를 돈벌이로 보는 낙태전문병원은 규제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경우는 법의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낙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B씨는 "낙태 관련 너무 많은 의견과 상황이 존재하는데 사회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성년자·미혼자의 임신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내 선입관 등을 개선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국민 절반이 여성이고 낙태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문제"라며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대안 마련이 처벌보다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C씨는 "현행 제도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출산 의사보다 아직 완전한 아기라고 보기 힘든 태아를 더욱 신성시한다"며 "하지만 출산으로 불행해질 한 여성, 가족의 삶은 누가 책임져줄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어 "태아의 개월 수 등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받는 방향으로 낙태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민
이영민 letswin@mt.co.kr

안녕하십니까. 사회부 사건팀(관악·강남·광진·기상청 담당) 이영민입니다. 국내 사건·사고와 다양한 세상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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