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파업에 출근길 시민들 "30분째 기다리는데…"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10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24시 총파업을 선언했다. 20일 오전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간간이 오는 택시를 타고 있다. / 사진=뉴스1

20일 오전 8시 서울역 택시정류장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10미터(m) 넘게 늘어섰다. 평소 이 시각에는 택시가 10여대씩 줄지어 손님들을 기다렸지만 이날은 택시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칼바람이 불어오는 추운 날씨에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병원에 가기 위해 전남 곡성에서 올라왔다는 장세옥씨(65)는 "택시가 안 잡혀서 30분째 기다리고 있다"며 "분기별로 병원에 가려고 올라왔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카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도입에 반발한 택시기사들이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큰 시민 불편이 없었던 이전 파업과 달리 이날은 이른 아침부터 거리에 택시들이 사라지며 시민 불편 체감도가 높았다. 택시기사 최모씨(57)의 분신 사태가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출근길 시민들은 곳곳에서 평소와 달리 불편을 겪었다. 택시기사 10만명이 모이는 집회는 오후 2시부터 예정돼 있지만 오전부터 거리에는 택시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역에서 택시를 잡지 못한 회사원 한상훈씨(35)는 "대전 지사에서 서울 본사로 출장으로 자주 오는데 평소에는 5분 내로 택시가 잡혔는데 지금은 10분 넘게 안 잡히고 있다"며 "너무 불편해서 파업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 염영은씨(26)는 "오늘 조금 늦게 일어나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하필 파업하는 날이었다"며 "집 앞에서부터 콜택시를 불렀는데 40분째 안 잡혔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일찌감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여의도에서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회사원 조모씨(28)는 "평소보다 버스에 사람이 많이 타서 힘들게 출근했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출근하는 박모씨(36)는 "거리에서 택시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잡히질 않았다"며 "가까스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서민선 인턴기자

논란을 일으킨 카풀 서비스에 대해서는 시민들과 택시기사들 간에 온도 차가 컸다. 광화문에서 만난 회사원 이모씨(32)는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하면 할수록 시민들의 반감이 커진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모든 것은 시민들의 편의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 장모씨(65)는 "카풀은 결국 택시 시장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도 큰 불편을 미칠 것"이라며 "지난번 파업에는 참여를 안 했는데 분신 사건을 보고 나도 집회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단체 4곳이 결성한 '불법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4시부터 21일 오전 4시까지 전국 택시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에는 국회 앞에서 10만명이 운집하는 집회를 열고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규탄한다. 오후 4시부터는 공덕오거리 방향으로 행진도 예고했다. 경찰은 117개 중대, 약 9300명을 동원해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