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픽한 한복…"H.O.T. 오빠들도 입히고 싶어요"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 황이슬 대표/사진=양성희 기자

대학 새내기 시절, 좋아했던 만화 '궁'의 한복 코스프레를 한 일이 인생을 바꿨다. 그 길로 한복에 빠져 연매출 15억원을 올리는 사장님이 됐다. 방탄소년단도 그의 한복을 픽(pick)했다.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지만 여전히 목마르다. 그의 영원한 아이돌 H.O.T.와 해외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한복을 입는 날을 꿈꾼다.


생활한복 '리슬' 황이슬 대표(32) 얘기다. 지난 25일 전북 전주 덕진구 사무실에서 만난 황 대표는 전주에서 나고자라 고향에 활동기반을 뒀지만 미국 등 해외에도 진출한 13년차 한복 전문가다. 디자인 전공이 아닌데도 대학에 갓 입학한 2006년 전통한복 브랜드 '손짱'을 탄생시켰고 1년 365일 한복을 입기 위해 2014년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을 론칭했다.

"어린시절 홈패션가게를 했던 어머니가 명절 때마다 저희 네 자매의 한복을 맞춰주셨어요. 한복에 제대로 꽂힌 건 스무살 대학 축제 때예요. 만들어 입었는데 '예쁘다'는 칭찬을 처음 들어봤죠. 그런데 20대 아가씨가 일상생활에서 입을 만한 생활한복이 없더라고요. 한복차림으로 다니면 '국악인이냐', '무속인이냐' 같은 반응이 따랐고 생활한복은 국사 선생님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한복이 '힙'(hip)할 순 없을까 싶었죠. 그래서 제 이름을 딴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을 만들었어요."

최근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아이돌' 무대에서 '리슬'의 사폭슬랙스를 입으면서 황 대표의 바람이 이뤄졌다. 한복이 힙해진 것이다. 국악을 접목한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이 콘셉트엔 우리 옷이 딱인데'라고 생각만 했는데 어느날 고객센터로 방탄소년단 협찬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왔다. 처음엔 '장난 전화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상상이 현실이 됐다.

매일 '리슬'의 옷을 입는 황 대표는 생활 속 '한복 전도사'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한복입고 1000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럽 여행도 H.O.T. 콘서트도 모두 한복을 입고 다녀왔다. 주민등록증 사진도 한복차림으로 찍었다. '리슬'의 옷은 운동화, 선글라스에 모두 어울린다. 입에 붙은 인사는 '오늘도 한복하세요'다. 황 대표는 "좋은 일이 있는 날에 한복이 입지 않느냐"며 "오늘도 '행복'하라는 의미에서 '한복'하라는 라임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의 '한복 전도'는 재능기부 및 나눔활동으로도 연결된다. 모두가 한복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주 지역 10곳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한복을 체험할 수 있게 디자이너 3명과 손잡고 한복을 만들어 제공한다. 이월 상품은 지역 복지관, 아동센터에 보낸다. 다문화 가정의 이주 여성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우리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모델로 세워 한복 패션쇼도 진행했다. 경력단절여성을 한복 전문가로 양성하는 일에도 적극 뛰어들어 최근 3명을 채용했고 전주지역 청년의 일자리를 위한 인턴십 제도도 운영 중이다.

황 대표는 '한복 콘텐츠 그룹'을 꿈꾼다. 그는 "한복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디자인하랴 회사 운영하랴 바쁘지만 '황디자이너가 직접 쓰는 편지'로 고객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건 그래서다. 편지 구독자는 1만5000명에 달한다. 창업 상담에도 적극 응하며 일일이 답장을 한다. 그는 "한복으로 행복해지듯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