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박3일…전 유럽 누비며 빌딩 사는 남자

"기자랑 똑같아요. 발로 뛰어야죠."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빌딩을 연간 조원씩 인수 계약을 하는 비결을 묻자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2본부 대체투자담당(상무·사진)의 대답은 간단했다.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 투자 상품이 아닌 부동산과 SOC(사회간접자본), 태양광·풍력 에너지 등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 자금은 풍부한데 투자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최근 들어 해외 대체투자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정민 상무는 평균 한 달에 한 번은 해외 시장을 다녀온다. 올 1월2일에는 시무식 직후 '3박5일'의 일정으로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3개국 5개 도시'를 돌았다.

짧은 시간에 우량투자자산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 "빌딩(부동산)을 매입할 때 외관과 서류상의 수치만 보고 사는 건 아닙니다. 그 나라·도시의 문화, 사회 현상, 역사까지 공부하고 향후의 시대적인 변화까지 예측해야합니다."


유럽 딜을 검토할 때는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 책을 모든 부원들이 정독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 상무가 2015년 해외에서 처음으로 사들인 투자 물건은 동유럽인 폴란드의 '아마존 물류센터'다. 당시 미국이나, 프랑스, 런던도 아닌 첫 해외부동산 투자 대상지가 폴란드라는 것에 대해 회사내에서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향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봤다. 폴란드는 유럽 내에서도 지리적인 접근성이 좋은 데 인건비 등은 상대적으로 낮아 아마존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아마존 기업과 폴란드 모두 성장해 매입 당시 대비 자산가치가 약 30% 이상 올랐다. 매각 시점인 내년 말 투자자들은 꽤 높은 매각 차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그가 2015년12월부터 올 3월까지 사들인 해외 실물부동산은 총 24건, 금액은 6조1948억원(인수총액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만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총 7건, 2조원 규모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사온 물건은 모두 국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에게 팔렸다.

이 상무는 그동안 글로벌 IB(투자은행)가 우량한 투자 물건을 찾아내 중개하고 높은 수수료를 챙겨온 것처럼 한국IB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부동산은 직접 가서 봐야 하는데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똑똑하고 부지런해요. 매도자의 갑작스런 요청해 '1박3일' 일정으로 런던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발로 뛰는 모습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고요."

IB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그는 "우리의 자금으로 해외 우량자산을 사와 수익을 낸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금융을 만든게 유태인이지만 대체투자시장 만큼에서는 유대인 다음으로 한국인이 될 정도로 커나가야하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