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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장씨는 왜 '부르키나파소'에서 피랍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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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해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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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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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이들의 나라' 부르키나파소는 어쩌다 '위험한 나라'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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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미상의 한국인 여성 1명이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의 무장단체 납치범들에게 붙잡혀 억류돼 있다 풀려나 프랑스 파리 인근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무사히 도착했다./사진=로이터=뉴스1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라 불리는 부르키나파소의 원래 이름은 '오트볼타 공화국'이었다. 서아프리카의 젖줄 '볼타 강'의 상류라는 뜻이다. 남쪽에는 빽빽한 우림이 있고 동쪽으로 가면 고산이 펼쳐진다. 무슬림이 60%고 기독교인이 25%지만, 종교 분쟁은 거의 없었다. 국제위기그룹(ICG)은 2016년 이 나라를 "종교적 관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소개했다.

그런 부르키나파소에서 얼마 전 40대 한국인 여성 장씨가 피랍됐다. 프랑스인 2명과 미국인 1명과 함께 잡혀 있던 장씨는 자국 인질을 구하려는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됐다. 프랑스 언론은 말리 중부의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카티바 마시나'를 배후로 지목했다. '종교적 관용의 나라'에서 무장세력이 버젓이 활개치고 있었던 것이다.

인질 구출 과정에서 프랑스군 장병 2명이 안타깝게 순직했고 부르키나파소가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자제' 지역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장씨를 향한 비난이 거세졌다. "왜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민폐를 끼치느냐"는 여론이다. 그런데,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 '종교적 관용의 나라'는 어쩌다 '여행자제' 국가가 됐을까.

◇계속된 쿠데타로 정국 불안…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도 등장
부르키나파소의 정치는 늘 불안했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 잦은 쿠데타로 몸살을 앓았다. 1987년 쿠데타로 집권한 블레즈 콩파오레는 27년간 독재자로 군림했다. 그의 독재에 반발해 2014년 봉기가 일어났고 2015년 로크 마르크 크리스티앙 카보레가 대통령에 오르며 정치는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2014년 10월30일(현지시간) 부르키나파소 반정부 시위대원들이 한 야당 의원을 무등 태운 채 수도 와가두구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사진=뉴스1
2014년 10월30일(현지시간) 부르키나파소 반정부 시위대원들이 한 야당 의원을 무등 태운 채 수도 와가두구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사진=뉴스1


그러나 이번엔 무장세력이 문제가 됐다. 2011년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으로 리비아가 몰락하면서 리비아에 있던 서아프리카 출신 용병들이 이웃나라인 말리 등으로 내려와 무장세력화했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하던 대로' 총을 들었다. 개중에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도 다수 있었다.

치안은 점점 나빠졌다. 2017년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다구에서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가 발생해 총 18명이 사망했다. 지난 2월에도 말리 접경지역에서 시신에 숨긴 부비트랩이 터져 군인 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AP통신에 따르면 2015년부터 부르키나파소에서 테러로 살해당한 인구는 400여명에 달한다.

◇'여행경보' 지역 살펴보니…대부분 '제3세계'
부르키나파소의 위험 요인은 △정치·경제적 불안으로 인한 치안 문제 △이슬람 원리주의의 준동이다. 그 요인들은 어디서 왔을까. 외교부 세계 여행경보 현황을 지도로 보면 비슷한 문제를 겪는 나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색(여행자제)부터 적색(철수권고), 흑색(여행금지) 등의 경보는 모두 서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와 남미에 몰려 있다.

외교부 세계 여행경보 현황. 남색은 '여행유의', 황색은 '여행자제', 적색은 '철수권고', 흑색은 '여행금지'다. 적색 빗금은 특별여행주의보로 '철수권고', 흑색 빗금은 특별여행경보로 '즉시대피'다. 2019년 5월14일 기준./사진=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외교부 세계 여행경보 현황. 남색은 '여행유의', 황색은 '여행자제', 적색은 '철수권고', 흑색은 '여행금지'다. 적색 빗금은 특별여행주의보로 '철수권고', 흑색 빗금은 특별여행경보로 '즉시대피'다. 2019년 5월14일 기준./사진=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이들 국가들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한때 제국주의 식민지였고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제3세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이 나라들은 냉전시기 미국(제1세계)과 소련(제2세계)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게 비극이었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은 세력 확대를 위해 제3세계 국가들의 분쟁에 깊이 개입했다.

미국이 지원한 1973년 칠레 쿠데타, 구 소련이 개입한 1979년 아프가니스탄 쿠데타 등이 대표적이다. 반복된 쿠데타로 제3세계 국가들은 식민지배 시절부터 이어진 빈곤을 해결할 안정된 정치체제를 이루는데 실패했다. 부르키나파소의 2017년 1인당 GDP는 671달러에 불과하다.

부르키나파소의 개혁을 꿈꾼 토마스 상카라 대통령의 1987년 암살 배후에도 미국 CIA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상카라는 '부르키나파소'라는 국호를 만든 대통령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색채를 띠었던 그의 경제개혁 정책들은 주변국들과 서구 국가들의 눈총을 샀다. 상카라를 암살하고 정권을 잡은 콩파오레는 상카라의 개혁정책 대부분을 폐기한다.

◇'위험한 나라' 인식 넘는 성찰 필요
이슬람 무장세력 문제에도 서구는 일정한 책임이 있다. 갈등의 단초가 된 팔레스타인 분쟁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위해 싸우면 아랍 국가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영국이 깨면서(발포어 선언) 시작됐다. 최근의 계기는 이라크 전쟁이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쟁 발발 두 달만에 종전을 선언했지만 테러 등 사회 혼란은 계속됐다. 혼란 속에서 탈레반과 알카에다, 악명 높은 이슬람국가(IS)가 나타났다.

2016년 9월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한 남성이 아기를 품에 안고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을 걷고 있다./사진=AFPBBNews=뉴스1
2016년 9월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한 남성이 아기를 품에 안고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을 걷고 있다./사진=AFPBBNews=뉴스1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나쁜 독재자였고 9·11 테러도 비극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응으로 50만명 이상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며 "가족과 친지의 죽음을 겪으며 죽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우리와 다른 '극단적 분노 세력'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퇴임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실패'를 인정했다.

여행경보 국가는 위험하다. 다만 단순히 '위험하다'라는 인식을 넘어 그 곳이 위험한 나라가 된 이유에 대한 고찰은 필요하다. 한양대 이 교수는 "테러분자들의 경계권에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면서도 "가족을 잃고 삶의 기반을 잃은 이들이 탄생한 배경에 대한 성찰과 대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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