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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 "말 잘 듣는 학생이 제일 싫다"

대한민국 대표선배가 '88만원 세대'에게 <13>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머니투데이 대담=유병률 기획취재부장, 정리=최우영 이현수 기자 |입력 : 2012.01.16 05:30|조회 : 337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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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의 어릴 적 꿈은 시인이었다. 습작노트를 끼고 살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시인과는 정반대인 것 같은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오히려 "시인의 꿈이 나를 훌륭한 과학자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과학 글쓰기에는 아름다움과 감성이 배어있다. 오히려 그것이 과학자로서 최재천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 세상에 쓸모 없는 꿈은 없습니다. 그래서 방황이 아름다운 겁니다."  /사진=최준필 기자 choijp85@
최재천 교수의 어릴 적 꿈은 시인이었다. 습작노트를 끼고 살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시인과는 정반대인 것 같은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오히려 "시인의 꿈이 나를 훌륭한 과학자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과학 글쓰기에는 아름다움과 감성이 배어있다. 오히려 그것이 과학자로서 최재천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 세상에 쓸모 없는 꿈은 없습니다. 그래서 방황이 아름다운 겁니다." /사진=최준필 기자 choijp85@
세계적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우리사회에 쏟아내는 주장은 범상치 않다. 교육부 회의에 가서는 "제발 문과와 이과로 나누지 말자. 문과·이과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박탈하는 폭력이다"라고 하고 교수회의에 가서는 "대학 1학년 들어오면 무조건 휴학시키자. 세상에 나가서 뭘 배워왔는지, 그걸로 학점을 주자"고 줄기차게 강조한다. 강의실 학생들에게는 "제발 정자세로 앉지 마라. 좀 삐딱하게 앉으면 안되나. 교수한테 좀 기분 나쁘게 하는 놈이 없는 게 너무 기분 나쁘다"고 한다.

지난 10일 서울 대현동 이대 공학관 연구실에서 만난 최 교수는 통섭(統攝)의 석학답게 자연과학과 인문학, 그리고 예능까지 넘나들며 대한민국 대표선배로서 이야기를 풀었다. 왜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게 폭력인지, 왜 무조건 휴학이 필요한지, 왜 말 잘 듣는 학생이 그토록 싫은지, 이해가 갔다. "생태학자는 생활도 자연친화적이어야 한다"며 연구실 난방도 안 켜는 바람에 2시간여 덜덜 떨면서 인터뷰했지만 88만원세대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백열등 100개보다 따뜻했다.

◇"세상은 최상위 1명만 남고 다 떨어지는 게 아니다"
다윈 진화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그의 눈에는 승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현실이 어떻게 비쳐지는지 궁금했다. "제일 잘난 놈이 살아남아 번식하고 다음 세대에 또 그 중에서도 제일 잘난 놈이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최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은 다윈 선생이 쓴 말이 아니에요. 후세대 사람들이 다윈의 이론을 알리는 과정에 나온 말인데, 다윈 선생이 들었으면 엄청 섭섭했을 겁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최적자'(the fittest)가 아니라 '적자'(fitter) 정도면 생존한다는 겁니다. 골프로 치면 언더파만 안 하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거예요. 같이 살고 돕고 그러다가, 최하위로만 밀리지 않으면 살아남는 거예요."

그러면서 최 교수는 "'나가수'가 기가 막히게 진화론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제일 아래 1명만 떨어지잖아요. 1명을 뺀 '적자'들은 다 살아남는 거예요. 한 사람만 떨어지니까, 다들 떨어진 친구가 안타까워 끌어안고 보듬는 거예요. 만약 1명만 살아남고 6명이 떨어지는 최적자생존 게임이라면 서로 모함하고 피 튀길 겁니다. 세상은 우리 가운데 거의 대부분 멸종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쉽게 은메달을 땄다'고 쉽게 얘기하는데, 이런 얘기하면 안됩니다. 은메달, 기가 막힌 메달이잖아요. 동메달, 기가 막힌 메달 아닙니까." 최 교수가 설명하는 다윈의 진화론대로라면 우리 사회생태계의 현실은 자연생태계보다 훨씬 덜 진화하고, 야만적이다.

◇"방향성을 가진 진화는 없다"
생태계의 진실이 그렇다면 세상의 최적자가 되기 위해 미래를 완벽하게 계획해놓고, 그 설계도면대로 하루하루를 밀어붙이는 삶은 어떻게 봐야 하나? "방향성을 가진 진화라는 것은 생태계에서 있을 수 없어요. 진화는 그냥 벌어지는 겁니다. 현재에 충실해서 막~ 하다가 그게 돌이켜보니 성공했네, 삶이란 이런 것이죠. 그래서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이렇게 하면 다음에 어떻게 된다'고 확신을 가지고 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가 뚜렷한 현상으로 보인다고 제가 유전자조작까지 해서 제 자식들을 더위에 잘 견디는 놈들로 하겠다? 하루아침에 빙하기가 오면 어떡할 겁니까? 쫄딱 망하는 거예요." 이미 승자의 길을 걷는 선배들의 커리큘럼 그대로, 스펙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승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라는 경고로 들렸다.

최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약간 위험한 메시지가 전달될지도 모르겠지만, 삶은 어쩔 수 없이 그렇다"며 말을 이었다. "4년 전 (서울대 교수에서) 이대로 옮기고 나서 2명의 학생 어머니가 이 방을 다녀갔어요. 딸들이 4년 동안 수강할 과목 로드맵을 만들어서 '이렇게 짜면 되겠냐'며 말이죠. 막 화가 나고 욕을 하고 싶더라고요. 방문 열고 등 떠밀어서 내보냈습니다. 돈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돈을 좇아가면 굶어 죽을 확률이 있지만, 돈이 나를 좇아오게 하면 절대 굶어 죽지 않습니다. 미래학자들이 지금 20, 30대는 평생 직업을 대여섯 번 바꾼다고 예측합니다. 이것도 지극히 보수적으로 잡은 거죠. 게임의 룰이 바뀌는 거예요. 지금 내 의지가 10초 후에, 10년 후에 나타날 환경에 적합하다는 보장은 없는 겁니다." 그의 말처럼 모두가 다 가는 길, 세상이 가라는 길로 가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한 길인지도 모르겠다.
최재천 교수 "말 잘 듣는 학생이 제일 싫다"

◇"초반에 좀 뒤처져도,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석학'이라는 호칭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청춘은 무정형 방황의 연속이었다. 초·중학교 시절에는 시인이 되고 싶어 습작노트를 끼고 살았고, 고3 때는 미술반 활동을 하면서 조각가를 꿈꾸었다. 아버지 뜻에 따라 서울대 의예과를 지원했지만 2차례나 낙방하면서 당구장, 음악다방을 전전하기도 했다. 할 수 없이 서울대 동물학과에 입학했지만 원하던 학과도 아니었기 때문에 공부는 뒷전이었다. 대학시절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당시 유명 아나운서였던 봉두완씨를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고 외교관이 되고 싶어 주한 외국인대사들을 종일 따라다니기도 했다. 문예부장, 사진동아리 회장 등 정신없이 살다가 4학년 어느 날 과학철학서 <우연과 필연>이라는 1권의 책을 읽고 나서야 긴 방황을 끝내고, 생물학에 인생을 바치기로 했다.

"내 길을 찾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처음 뛰기 시작할 때는 엄청나게 뒤처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뛰다 보니까 비슷해지더라고요. 초반에 좀 뒤진 것, 그거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젊은 친구들도 한번 사는 인생인데 악착같이 하고 싶은 일 찾아보라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언제가 딱 찾게 되는 것이고, 한번 찾게 되면 그 길이 일직선 고속도로처럼 크게 보이는 거에요. 그때부턴 좌우가 안보이고 막 달리는 겁니다. 그래서 제발 방황 좀 해라, 방황은 여러분의 특권이다, 쭈그리고 앉아서 무기력하게 있지 마라, 가서 뒤져보고 찔러보고 열어봐라, '저런 거 재미있을 텐데'라고 생각만 하고 있지 말고 하루 종일 쫓아다녀 보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상상하지도 못했던 길이 보이게 됩니다."

◇"88만원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진화한 세대"
최 교수는 그러면서 "88만원세대가 스펙에 집착하는 것은 이들의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기성세대가 강요하고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젊은이들은 이미 최적자(the fittest)가 아니라 적자(fitter)의 개념으로 살고 있어요.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헝그리정신'도 부족하고, 뭐도 부족하다며 못마땅해하지만, 젊은 세대는 무슨 일이 터지면 (스마트폰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나 간다. 조금만 기다려'하면서 도와주러 가잖아요. 내가 도우면, 도움을 받는 그들도 언젠가 날 돕는다는 확신이 있는 세대입니다. 공유하고 공감을 할 줄 아는 세대라는 것이죠. 기성세대는 '내가 기획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강냉이죽 세대입니다. 강냉이죽 세대의 눈에 젊은 세대는 생각도 없고, 자기 삶에 대한 기획도 없는 세대 같지만, 이미 이들은 '세상은 'Survival of the fittest'가 아니다'는 것을 알고 살아 가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최 교수는 "기성세대의 역할은 청년들이 이리 저리 잘 옮겨 다닐 수 있는 멍석만 깔아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이 21세기 대부분의 직업은 비정규직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삼성에 들어가 목매겠다는 생각도 없고, 2~3년 하다가 더 재미있는 것이 생기면 때려치우고 가서 덤벼들 준비가 돼있어요. 기성세대는 이들이 옮겨 다닐 수 있는 판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어른들은 좋은 대기업 정규직 취직을 강요하며 묶어놓을 게 아니라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생태계만 깔아주면 됩니다."

◇"박쥐처럼 살지 마라. 나무늘보처럼 살아라"
30여 년 영장류와 곤충, 새를 연구해온 최 교수에게 88만원세대가 벤치마킹할 동물을 하나 소개해달라고 했다. 1999년 첫 과학대중서 <개미제국의 발견>을 출간했던 그는 "개미는 자기를 죽이면서 조직에 충성하는데, 그건 절대 배우면 안 될 것 같고"라며 잠시 주저하더니 박쥐와 나무늘보 얘기를 꺼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제일 박쥐처럼 사는 나라에요. 박쥐는 신진대사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생물학자들이 관찰을 하려고 3~4시간만 만져도 죽어버리죠. 능숙한 사람이 얼른 링 달고, 피 뽑고 날려보내야 돼요. 그 반대쪽에 있는 동물이 바로 나무늘보죠. 무지하게 느리잖아요. 어제도 거기, 오늘도 거기 있잖아요. 우리는 (살아가는) 속도를 지금보다 반으로 줄여야 해요. 그래도 절대 안 죽어요. 옆 사람이 너무 빨리 달리니까 나도 할 수 없이 달리는 것 뿐이에요. 이게 바로 머리 좋은 동물이 헛똑똑한 짓을 하는 대표적 사례죠. 젊은 세대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기성세대 눈에는 88만원세대가 걱정되는 세대이지만, 젊은이들과 늘 부대끼고 살아가는 최 교수의 눈에는 88만원세대가 공감하며 공생할 줄 아는 세대였다. '내가 필요로 할 때 누군가 나를 도와줄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더 진화된 세대. 이들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좀 더 삐딱해질 것, 더 많은 방황을 즐길 것, 강요된 줄에 서지 말 것, 그래서 기성세대의 논리로 퇴화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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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송용석  | 2013.02.07 09:03

두 다리로 세상을 딛고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놀라운 기적인데, 왜 항상 현실에 부딪히며 그것을 잊고 저 스스로를 못났다고 불평하며 토익,학점으로 대표되는 스펙을 쌓으려 눈에 불을 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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