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왜 왔느냐"에 선뜻 대답 못했지만

김병권 코트라 전략마케팅본부장/사진=코트라 제공

2년 전 코트라는 세계 혁신기술의 본거지인 실리콘밸리에 한국 IT 기술을 알릴 수 있는 행사로 '실리콘밸리 K-TECH'을 처음 개최했다. 이후 글로벌기업과의 수출, 투자, 기술 및 인재교류의 협력 기회가 실리콘밸리 K-TECH를 통해 주어졌다.


25일 개최되는 3회에는 구글, 아마존, IBM, 인텔, MS(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 대표기업들과 국내외 VC(벤처캐피탈), 기술인력 등 1000여명이 참가한다.

김병권 코트라 전략마케팅본부장은 실리콘밸리 K-TECH가 "실리콘밸리 내 한인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Y-콤비네이터 제도, 혁신 IT단지 등 국내에 실리콘밸리 따라잡기 붐이 부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에 한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김 본부장으로부터 실리콘밸리 K-TECH와 실리콘밸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리콘밸리 K-TECH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2012년 실리콘밸리에는 한국 IT 기술을 알릴만한 대표적인 행사가 없었다. 인도는 20년째 Tiecon이라는 네트워크를 결성해 인도 IT인들의 결속을 다지고 인도의 IT 기술도 알려왔다. 중국의 CINACON, 프랑스의 프렌치 테크도 마찬가지다. 반면 세계 IT 강자인 한국은 이러한 행사가 없어 놀랐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콘퍼런스, 대규모 상담회, 기술 전시회, 창업 피칭 대회 등으로 구성된 실리콘밸리 K-TECH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국내 유수한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IT 기술을 알리고 분산돼 있던 실리콘밸리 한인 네트워크도 한 데 모으고자 했다.


-그동안 진행된 실리콘밸리 K-TECH의 성과를 꼽는다면?
▷첫 회는 당시 화두였던 'ICT 융합'을 주제로 홈, 헬스케어, 에너지, 스마트 카 분야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들 업체 가운데 특히 레인보우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로봇' 2대가 구글에 수출됐고 채용박람회에서 인재 2명이 채용됐다. '창조경제'를 주제로 진행된 지난 행사에서는 스타트업 미미박스가 실리콘밸리 유명 엑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로부터 80만 달러(약 8억2천만원)를 투자받았다. 전시상담회에 참가했던 세이프존은 미국의 한 글로벌기업에 제품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보다 의미있는 성과는 실리콘밸리에 한국을 알리는 대표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왔다는 것이고 그 가운데 실리콘밸리 한인 네트워크의 결속을 단단히 했다는 것이다. 행사 마지막 날 열리는 K-네트워킹에는 실리콘밸리 IT업계 종사자들이 설립한 베이 에어리어 케이그룹, 세계한인무역협회 옥타(OKTA),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등 한인 커뮤니티가 한 데 모인다. 400~500여명의 한인이 모이는 일종의 '코리안 데이'다.

-국내에 실리콘밸리 따라잡기 붐이 불고 있다. 어떤 점을 배워야 하나?
▷우리가 제2의 실리콘밸리가 돼야한다. 실리콘밸리의 건물이나 제도를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우리가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는 없다. 사람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장점과 문화를 살려 '제2의 실리콘밸리'를 창조하면 된다.

-실리콘밸리 K-TECH의 목표는?
▷실리콘밸리 K-TECH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자신감을 얻고 있다. 첫회에는 '실리콘밸리에 왜 왔느냐'고 물으면 기업들이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만 가득할 뿐 구체적인 진출 계획은 감히 세울 수 없었던거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에도 창업이 활성화되며 기업들의 수준이 향상됐고 실리콘밸리 등 해외 진출 계획이 뚜렷한 기업도 늘었다.

이처럼 우리 기업이 자신감을 갖고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실리콘밸리가 한국 IT의 우수성을 확실히 인식하도록 만드는 게 실리콘밸리 K-TECH의 목표다. 실리콘밸리 K-TECH가 일회성 연례행사가 아닌 하나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우리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놀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