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계약에선 단서가 독소된다"

8일 오후 로플렉스 이응진 변호사 인터뷰

팔방미인은 깊이가 없어 보인다. 이것저것 건드려봤지만 하나에 안착하지 못했단 선입견이 있어서다. 법무법인 로플렉스를 이끌고 있는 이응진 대표(50)의 첫인상도 모범생과 예술인 사이에 걸쳐있다. 취미로 음악밴드를 이끌며 기타를 친다니 정체성이 헷갈린다.


로펌을 만들기 전의 이력도 화려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에이스로 일하다가 뛰쳐나와서는 기업을 전전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싸이더스 전무로, IT기업의 실리콘밸리 법인장으로,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 부사장으로 일했다.

"다양하게 경험하다가 결국 제자리가 법률가라는 걸 깨달았죠." 이 대표가 업계로 돌아오는 데는 10여 년이 걸렸다. 그런데 법률가로서 그의 방황은 개인적인 시행착오가 아니라 기업에 대한 조언자로서 깊이를 더하는 밑거름이 됐다. 기업의 의사결정 업무를 경험한 것이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 요소를 판단할 역량을 갖추게 한 셈이다.

이 대표는 "최근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발생하는 소송들이 대부분 계약서상의 단서 조항 때문일 것"이라며 "단서를 좌시할 경우 추후 분쟁의 씨앗이 되는 독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플렉스는 이른바 독수리5형제와 같은 팀워크의 변호사 5명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50억원에서 500억원 사이의 미들마켓 M&A만 전문적으로 맡는다. 이 대표는 "주 고객사가 사내변호사 없는 중소기업과 신생 PEF, 벤처캐피탈"이라며 "제 과거 경험을 조언해줄 수 있는 IT기업의 거래에 5형제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문 업무를 특화한 그의 전략은 주효했다. 에스아이티와 아이템베이, 코캄, 미국 DFA아테나(Athena)·빅베이즌 캐피탈(Big Basin Capital) 등의 거래를 도맡아 잡음 없이 딜을 성사시켰다. 5년간 계약자가 거래 이후에 소송이나 관련 공방을 벌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 이 로펌의 자랑이다.

이 대표는 "자문사는 오너의 비위를 맞추기 보다는 경영 위험을 경고해 줄 안내자여야 한다"며 "계약서에 마지막으로 서명하기 전까지 법률가는 모든 리스크를 경영자적 관점에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경쟁이 심한 퍼블릭 딜보다는 사적인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수의계약 시장에서 이름을 높이고 있다. 어드바이저이지만 IT기업 시장에서는 거래를 발굴하고 중개까지 이끌 능력이 있다. 그는 "프라이빗 딜은 1대1로 계약이 이뤄지므로 오너들이 서로를 이해할 때까지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며 "거래 과정은 힘겹지만 결과적인 만족도는 월등하다"고 말했다.

<이응진 대표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하버드 로스쿨 LL.M. 과정 졸업(법학석사), NYU 로스쿨 LL.M. in Taxation 과정 졸업(세법학석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주식회사 싸이더스 기획본부장,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 주식회사 법무담당 부사장 △현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