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딱딱하다고? SNS로 친숙해지죠"

유철헌 대구은행 계장(왼쪽)이 쿠바 여행 중 방문한 초등학교에 볼펜을 전달하는 모습/사진제공=대구은행

유철헌 대구은행 계장은 은행원이지만 돈을 만지지 않는다. 복잡한 계산도 그의 일이 아니다. 하는 일은 하루종일 블로그,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거나, 대구 지역 맛집 소개글 등을 쓰는 것이다. 유 계장은 대구은행의 공식 블로그, 페이스북을 전담해서 맡고 있다.

유 계장은 "최근 비대면 거래가 점차 늘고 있고, 특히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은 처음부터 비대면 거래를 목적으로 은행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고객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젊은 행원들이 중심이 된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연구모임에서는 SNS 등을 활용한 다양한 소통 방법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유 계장도 연구모임에 참여를 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사실 그는 이미 은행 내에서 홍보와 관련해 '명물'로 소문이 자자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갈 때마다 은행 홍보를 자처했다. 그런 내용들이 사보에 실리면서 다른 행원들은 신기하게 그를 바라봤다.

지난해 터키 여행을 갔을 때는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대구은행이 특판 적금을 한시 판매하는 것에서 착안해, 이스탄불 현지에서 특판 상품 안내장을 들고 사진을 찍어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 이스탄불에서 관련 상품 사진을 찍으면 단순한 보도자료, 홍보자료 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쿠바 여행 때도 출발 전 대구은행 로고가 찍힌 볼펜 1000자루를 사비를 들여 주문 제작했다. 10kg에 가까운 볼펜을 직접 짊어지고는 쿠바 초등학교들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나눠졌다. 쿠바 학생들이 학용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행 갔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유 계장은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들도 이러한 활동을 보고 대구은행을 더 잘 알게 됐고,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서는 해외 봉사활동을 나가려는 대학생들도 도움을 받고 싶다며 연락을 줬다"며 "자연스럽게 대구은행이 고객들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 블로그,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하고 있는 활동을 다른 SNS로도 확대할 생각이다.

최근에는 아나운서 출신 여행작가인 손미나가 설립한 '손미나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여행연구소'에도 들어갔다. 그 동안도 여행을 가면 회사 관련 아이디어들을 접목 시켰지만, 전문 여행작가들에게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체계적으로 배워 블로그, 페이스북에 실리는 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

유 계장은 "일부에서는 '과잉충성이 아니냐', '개인 휴가까지 가서 일을 하느냐'고 말을 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여행에 일을 가져간다기 보다는 일 자체도 여행처럼 재미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