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30대 개발자 "직딩맘 대표해 서비스 만들어요"

"개발직군은 남성 성향이 짙은 곳이죠. 남성 비율이 절대적이니까요. 여성 개발자들은 감정적인 면 때문에 많이들 힘들어하죠. 하지만 폭넓게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오히려 여성이 장점이 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입사 동기 중 유일한 여자 개발자. 둘째 출산이 임박한 만삭의 개발자. 모두 박범진 NHN엔터테인먼트 팀장을 가리키는 수식어다.


박 팀장은 "원래는 수학 선생님이 꿈이었다"며 "수학능력시험을 망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점수에 맞춰 컴퓨터에 빠졌는데 완전 내 적성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2007년 NHN에 개발자로 입사, 네이버 메인 페이지, 블로그 에디터 등 네이버의 굵직한 서비스를 개발해 온 클라이언트 개발자다.

남성 비율이 절대적인 개발자 사회에서 여성 개발자의 경우 감정·육체적 애로사항을 겪기도 한다. 나쁜 의도가 아닌 '이해 부족'에서 오는 오류들이다. 예컨대 지난해 열린 파이썬 컨퍼런스 '파이콘2015'에서는 '어느 여자 개발자의 육아 휴직 2년'이라는 색다른 발표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여성 개발자가 겪은 애로 사항과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발표였다.


박 팀장은 "여자 개발자들은 여성성 때문에 감정적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한계나 구분을 두지 않는 여장부 같은 성격 덕에 트러블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는 여자라는 게 오히려 플러스알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2014년 12월부터 NHN엔터의 학원관리 프로그램 유니원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개발자는 한 가지에 몰입하는 직군 특성상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박 과장이 PM이 되는 사건(?)은 사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그는 현재 동기 중 유일한 프로젝트 매니저기도 하다.

그러나 사업 초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유니원은 NHN엔터가 처음 도전하는 교육 사업인 데다 수익사업이 아닌 만큼 지원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박 팀장은 맞벌이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유니원은 꼭 필요한 서비스인 데다 확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판단, 직접 발로 현장을 뛰며 유치원 원장 등 고객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설득했다.

박 팀장은 "유치원 원장이나 선생님들에게는 여자라는 점이 빨리 경계를 풀 수 있도록 했던 것 같다"며 "특히 유치원이나 학원 특성상 밤이나 돼야 업무를 끝내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데 같은 여자라는 점에서 연락하기도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 태어날 아기를 포함해 두 아이 엄마라는 점도 큰 도움이 됐다.

박 팀장의 노력 덕에 이제 유니원은 '프로젝트' 딱지를 떼고 어엿한 '정식 사업'이 됐다. 회사에서도 유니원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다.

그는 "개발자라는 직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며 "개발이나 사업 트렌드는 계속 바뀌는 만큼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 여성의 섬세함이 플러스알파가 돼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