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 지원, 여전히 갈 길 멀다…고민 깊은 검찰

김남순 대검찰청 피해자인권과장/사진=홍봉진 기자

지난 3월 경북 포항에 사는 여섯살 A군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가 20대 남성의 흉기에 찔려 숨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A군은 국가와 우리사회의 보호 속에서 경제·법률적 지원과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A군에 대한 국가와 우리사회의 역할이 일견 당연해보이지만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은 10년 전만 해도 법적으로 보장되지 못했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은 2005년 12월 제정돼 이듬해 3월부터 시행됐다.

수사부터 형 집행까지 범죄사건 전반에 관여하는 검찰에 피해자인권과가 설치된 건 2008년 1월. 지난 8년간 검찰은 범죄피해 대상 요건을 확대하고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형사절차상 보호·지원에도 힘을 쏟아왔지만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은 상황이다.

김남순 대검찰청 피해자인권과장(43·사법연수원 30기·부장검사)을 만나 범죄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검찰의 고민을 들어봤다. 2001년 인천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수원지검 특수부 등을 거치며 '여검사 시대'를 이끌었고, 지난 1월부터 피해자인권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 과장은 먼저 각 분야에서 지원 범위를 점차적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재산범죄, 외국에서 벌어진 범죄의 피해자는 경제적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선변호인 지원의 경우 성폭력·아동학대 범죄 피해자에 한정된다.


그는 특히 국선변호인 지원과 관련해 "최근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폭력·아동학대 외의 범죄 피해자들도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강압수사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피의자·피고인 인권만 강조해온 면이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자들의 인권은 폭넓게 보장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형사절차상 피해자들의 권리가 좀 더 보장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예로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진술권 확대를 들었다. 이와 관련, 증인채택 절차 없이도 피해자에게 진술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으로 법 개정이 검토되고 있다.

김 과장은 "증인으로 나올 경우 위증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부담감도 있어 피해자가 자유롭게 진술할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피해자 목소리가 양형에도 좀 더 반영된다면 범죄 예방 차원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순 대검찰청 피해자인권과장/사진=홍봉진 기자

범죄피해자가 원할 경우 형사절차에서 알 권리 보장을 더 쉽게 해주는 일도 과제로 꼽았다. 현재 강력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사건 진행상황, 구속·출소·석방을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다. 보복범죄를 막기 위한 차원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강력범죄에 포함되지 않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교통사고·폭력·근로기준법 위반 등 사건의 피해자들은 처분 결과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알 권리 보장과 정보 접근성 면에서 전자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피해자인권과의 중점 과제 중 하나는 '맞춤형 지원'이라고 한다. 범죄 형태가 유사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체계적·맞춤형 지원을 위해선 유관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김 과장은 설명했다. 또 사건 초기부터 전담 도우미를 지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피해자인권과는 형사조정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2011년 1%대였던 형사조정 의뢰율은 올해 상반기 6%까지 증가했다. 김 과장은 "지인간 발생한 재산범죄의 경우 관계회복, 실제 피해변제, 소송비용 절감 등 면에서 형사조정 제도를 활용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