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여전히 건강하고 정의롭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분은 고래고래 고함을 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쭈뼛쭈뼛 얼굴을 못 들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과 하루종일 장시간 상담을 하려면 사명감 있고 마음이 따뜻한 직원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죠."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 초대원장(사진)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낸다. 서민금융생활지원법 시행에 따라 지난 9월 공식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 안착이 급선무기 때문이다. 필요한 직원이 총 150명인데 현재는 70명 수준. 김 원장은 "사명감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일할 직원의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

김 원장은 "무엇이 '서민금융'인지 정의 내리기가 조금 모호하긴 하지만 '신용도가 낮고 소득이 적어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금융'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분들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다양한 기관에서 노력도 많이 하는데 생각만큼 지원 효율성이 높지 않고 서민들도 잘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을 위한 종합 PB(프라이빗뱅킹)를 자처한다. 전국에 33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개설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서민금융 지원 상품을 통합,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미소금융재단이 운영하는 자영업자 창업자금(금리 연 4.5%)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운영하는 근로자 생계·대환자금 햇살론(연 10.5% 이내)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저금리 전환대출 바꿔드림론(연 10.5% 이내) △각 은행에서 저소득층 대상으로 집행하는 새희망홀씨대출 등을 종합적으로 안내하고 원스톱 지원한다.

김 원장은 "각 기관이 서로 다른 서민금융을 취급할 때는 서민에게 가장 적합한 대출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보다 기관이 취급하는 상품 위주로 소개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 상품을 한자리에서 원스톱으로 맞춤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금융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김 원장은 "갑자기 실직해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소득이 없어 의료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 사채를 갚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 등 서민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 맞게 때로는 채무조정을, 필요에 따라서는 소액대출과 직업 알선, 금융교육 등을 제공하는 서민들의 PB가 서민금융진흥원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 지원 이력과 채무조정 이력 등을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서민금융 종합 DB(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중요한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이 하루 속히 이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 원장은 연체자 채무조정을 담당하는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고 전국 33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채무조정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채무를 깎아주는 채무조정에 대해선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고 지적하자 그는 "채무조정을 신청한 분들의 평균 연체 금액은 1000만원으로 그리 많지 않은데도 수년간 채권추심에 시달려 적정 수준의 채무조정은 분명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70세 넘은 분이 채무조정으로 8년간 빚을 갚아나가기로 한 경우도 있다"며 "모럴해저드 우려가 제기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건강하고 정의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