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IT 전문가, 동유럽서 컨설턴트 변신 '맹활약'

김동근 자문역(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달 23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 경영컨설팅 자문역 채용설명회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수출입은행

'도움 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국제 사회에서 과거와 다른 한국의 위상과 경제 성장을 엿볼 수 있는 표현이다. 먹고 살만해진 국가들이 후발 국가를 원조하는 대열에 우리나라가 함께한 지 이미 오래지만 최근 각 분야에서의 활약은 더 주목받고 있다.

공동체를 돌보고 미래시장을 개척한다는 도덕·경제적 측면에서의 이러한 전략은 지원 방법의 다양화로 다시 진화중이다. 아시아·아프리카에 집중된 원조가 유럽으로 확대되고, 재정·인프라 지원을 넘어 인적자본 투입까지 병행된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주관하는 '중소기업 경영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김동근 자문역(57)은 해외국가 지원을 과거와 다소 다른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는 서유럽보다 발전 속도가 뒤처진 동유럽 국가 중소기업을 찾아 피부색과 언어가 전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영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김 자문역은 IT(정보통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이 분야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잘 나가는 IT 전문가'였던 그는 2006년 EBRD가 공고한 중소기업 경영컨설팅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EBRD가 1993년부터 중소기업 지원활동 일환으로 진행 중인 제도다.


김 자문역은 "과거 국제기구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던 우리나라는 제법 살게되면서 도움 주는 국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제 능력을 필요한 곳에 돌려줄 뿐 아니라 수출과 조달 시장 진출 등 우리에게도 장기적으로 도움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지원 동기를 설명했다.

EBRD의 경영컨설팅 그룹에 합류한 김 자문역은 2012년 첫 과제를 받았다. IT부품 유통업을 영위하는 동유럽 몬테네그로의 치콤(Cikom)이란 중소기업이었다.

김 자문역은 1년 6개월 동안 2개월에 한번씩 찾아 치콤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제품 주기가 빠른 IT시장 특성상 이미 만들어진 제품 유통은 '재고 위험' 등 불안정하다는 제언을 했고 이게 먹혔다.

EBRD는 2013년 김 자문역을 다른 동유럽국가인 루마니아에 파견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아롭스(Arobs)였다. 이번에도 김 자문역 전공인 IT를 살릴 수 있는 배치였다. 그는 아롭스가 소프트웨어 개발 수주에 따라 실적이 오락가락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회사 이름을 건 자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건설현장에서 일당벌이하는 대신 직접 아파트를 지으라는 조언이었다.

김 자문역은 "아롭스는 경영컨설팅 후 연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며 "1년6개월 간의 자문을 마친 뒤 경영진이 제게 고마움을 표시했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현직 경영자다. 스마트 주차시스템 회사 다래파크텍의 부사장인 그는 동유럽을 오가며 한국 중소기업이 배울 점도 느꼈다고 했다.

김 자문역은 "아롭스는 전 임직원이 하나의 팀이고 회사 비전을 공유한다는 기업문화가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기업문화를 만들 사람도 돈도 없고 무엇보다 '쓸데없는 일'이라는 경영자 인식이 강해 비교가 됐다"고 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직원이 전체 직장인의 87%에 달하지만 체계를 갖춘 곳은 많지 않다"며 ""저임금, 부족한 직능 교육 등 회사내 인재양성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동유럽 회사들의 사람 귀히 여길줄 아는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