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내려놓고 '앱'개발…와인에 빠진 낭만닥터

“짜장면 한그릇을 시켜도 앱으로 다 비교한 다음에 주문하잖아요. 근데 종류가 수백만개가 되는 와인은 그런 서비스가 없는 거에요. 호기심에서 시작했는데 이젠 꿈이 됐죠.”

와인 추천 및 정보 공유 앱 ‘테이스팅앨범’을 개발한 김정빈 테이스팅앨범 대표(31). 그의 전직은 의사다. 민족사관고등학교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의사로 근무했다. 한창 일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나이지만 과감히 창업에 나선 이유는 와인의 매력과 모바일 사업 가능성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15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친구의 권유로 처음 와인을 접했다고 한다. 소주, 양주와 달리 산지와 포도 품종에 따라 제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와인에 푹 빠졌다는 그. 그때부터 수많은 와인들을 맛봤다. 와인을 알고 싶어 국제 와인 전문가 인증과정 WSET 1, 2 과정도 수료했다. 그의 이같은 ‘와인 사랑’은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메뉴판이나 포털 검색 등 어딜 봐도 와인에 관한 정제된 정보를 찾기 힘들죠. 스마트폰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인데 한 번 직접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의사 재직 시절 틈만 나면 친구들과 모여 앱을 기획했다. 강남의 24시간 카페가 그의 작업실이었다. 낮이면 성형외과 의사로, 밤이면 창업가로 활동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앱 개발은 시간이 지날 수록 그의 전부가 됐다. 내친 김에 대중적인 서비스로 키우고 싶었다. 2015년 11월 결국 성형외과를 관두고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꼬박 10개월을 매달린 끝에 ‘테이스팅 앨범’ 베타버전을 선보일 수 있었다.


테이스팅앨범은 와인의 라벨부터 포도 품종, 산지, 맛 등 국내에 유통되는 13만개 와인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앱이다. 자신이 마신 와인의 사진을 찍고 시음 노트도 저장할 수 있다. 시음 노트는 SNS 형식으로 자신의 계정을 통해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시음 노트를 기반으로 이용자마다 특정 와인에 대한 예상 선호도까지 제공한다.

김 대표는 “와인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와인 지식을 접하는 방식이 익숙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초보자도 쉽고 즐겁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향후 딥러닝(기계학습) 등 고도화된 기술을 접목해 개인별 맞춤 추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오프라인 매장도 연다. 그곳을 통해 10만원 미만의 가성비가 뛰어난 와인들을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주세법 때문에 추천에 기반한 배달 등의 서비스가 불가능하지만 향후에는 온·오프라인을 잇는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겠다”며 “와인계의 아마존이 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