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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대신 '깨알 세무정보'로 웃음 드리죠"

[피플]권기욱 세무사 개그맨 접고 공인회계사 변신...쉽게 이해할 수 있는 SNS 세무방송 주목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입력 : 2017.03.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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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대신 '깨알 세무정보'로 웃음 드리죠"

“방송 6회를 맞이했는데요, 광장시장 육회가 굉장히 당기네요. 하하.”
“오늘부터 저의 인사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찡긋’.”

초보 세무사 권기욱씨(32·사진)가 모 방송사 리포터 김범준씨와 함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진행하는 ‘김권의 세무방송’은 그야말로 B급이다. 저녁 약속이 있다고 청재킷을 입고 출연하고 전날 과음을 했다며 숙취해소음료를 소개하기도 한다. 배경에 권씨의 세무사무소와 김씨의 행사 문의 전화번호를 버젓이 노출한다.

권씨는 옛 동료인 김씨와 세무지식이란 무거운 주제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런 콘셉트의 개인방송을 준비했다. 권씨는 “공부할 때 세무방송을 보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설명해서 답답했다”며 “세무지식을 정리할 겸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고자 했다. 무엇보다 이전에 없던 것이라 흥미가 컸다”고 설명했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에 지난해 10월 시작한 방송은 벌써 15회를 맞았다. 10분 정도의 방송 동안 여전히 멘트는 정제되지 않고 준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확인할 수 없는(?) 고정 청취자 200여명이 있다고 믿는다.

권씨는 대학로 극단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하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통과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개그맨에 도전한 것은 평소 흥밋거리가 생기면 앞뒤 따지지 않고 뛰어드는 성격에서다. 2007년 대학생활 도중 개그극단(옛 박승대 개그패밀리)에 들어가 허드렛일부터 배웠다. 힘들었지만 11명의 동기가 위로가 됐다. 세무방송을 함께하는 김씨 외에도 KBS 24기 코미디언 안소미씨가 그의 극단 동기다. 대학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 무대에도 종종 올랐다.

하지만 평가는 그리 후하지 못했다고 자평한다. 그는 “주로 주연을 빛내주는 역할이었다”며 “별로 안 웃겼나보다”고 위트있게 답했다.

극단에서는 강원 속초의 모 리조트 행사도우미 역할을 맡겼다. 으레 극단 막내들이 거쳐야 할 코스였다. 연인이나 가족단위 관광객을 상대로 한 이벤트나 행사 MC를 봤다. 속성으로 배워 ‘난타’ 공연도 했다. 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였다.

지방생활을 접고 서울로 돌아왔지만 삶은 여전히 궁핍했다. 극단을 나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교 구내식당에서 일명 ‘밥퍼’를 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인형탈을 쓰고 개업식을 쫓아다녔다. 주중엔 전단지를 돌리고 주말엔 예식장을 뛰었다. 어쩌다 보니 게이바에서도 일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프러포즈를 받았다”며 “그때마다 ‘전 1반(동성애자를 뜻하는 이반의 반대말)입니다 행님’이라며 위기(?)를 모면했다”고 웃음기 있는 얼굴로 말했다.

그가 CPA에 도전한 것은 순전히 친구가 준비하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아는 것은 없었지만 무작정 따라하다 보니 대학 고시반 붙박이가 됐다. 고시반 야전침대 생활 3년 만에 자격증을 획득했다.

회계법인 2곳에서 감사보고서 몇 건을 낸 뒤 독립하기로 마음먹었다. 살고 있는 집에서 세무대리업무 사업자를 내고 맨땅에 헤딩을 했다. 유들유들한 성격 덕분인지 반년 만에 30개 거래처가 생겼다. 현재는 70개까지 늘어났다. 200개가 최종 목표다.

앞으로 목표가 뭐냐고 질문하자 그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어머니를 모시고 음식점을 하나 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고3 때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하면서 몇 년간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다 최근에야 다시 만났다.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의 여동생은 2015년 칸영화제 초청작 ‘마돈나’의 주연 권소현이다. 올 초 한지민과 ‘미쓰백’ 공동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그맨 출신 세무사 권기욱씨
개그맨 출신 세무사 권기욱씨

지영호
지영호 tellme@mt.co.kr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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