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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PD' 출신 남다른 대표님…즐거운 문화도시 총연출

[머투초대석] 1세대 스타PD에서 서울문화 총책임자로…"'더' 즐겁고 '다' 함께 행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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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17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취임 후 6개월간의 소회와 추진 중인 사업,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17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취임 후 6개월간의 소회와 추진 중인 사업,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숲길을 돌아 구름을 타고 꿈동산에 왔어요. 새들은 날아 꽃들은 피어 노래하는 꿈동산. 하늘 아래 땅 위에 모두가 친구죠. 아무라도 좋아요. 꿈동산엔 담장이 없으니까요~”(MBC ‘모여라 꿈동산’ 주제곡)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62·사진)가 선창을 했다. 꼬불꼬불 파마머리가 잘 어울리는 얼굴에 개구진 미소가 피어올랐다. 어린시절을 ‘모여라 꿈동산’과 함께 보낸 기자도 곡조를 함께 흥얼거렸다. “거봐. 40대 이상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면 슬그머니 이 노래를 불러요. 그러면 모두 합창하더라고. 내가 만든 노래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부활하는 거잖아요. 이게 너무 멋진 것 같아요.”

#. 지난해 9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공공기관의 장을 맡았다. 지난 35년간 방송PD와 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지만 공기관 근무는 처음이다. 어쩌면 ‘꼰대’가 되기 딱 좋은 조건. 하지만 조직의 딱딱함에 익숙해지기 전에 ‘문화’를 바꾸기로 했다. 문화 사업을 좀 더 유연하게 펼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했다.

“솔직히 (공공기관이) 격식을 더 따지긴 하죠. 물론 나름대로의 원칙과 명분이 있는데, 재미와 실속은 떨어지거든요. 대중문화의 근본이 바로 그 재미와 실속’이에요. 근데 기관부터가 (이로부터) 너무 유리돼 있잖아요? 그래서 내부 문화부터 바꿨죠.”

회의에서는 ‘종이’가 사라졌다. 직원들은 40여 명이 참석하는 대표 및 팀장 회의에서 저마다 종이뭉치에 코를 박고 보고 내용을 읽기에 바빴다. 자기 것을 준비하느라 누구 하나 경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회의 이름을 ‘문화카페’로 바꾸고 회의실에 대형 모니터 한 대를 설치했다. 팀마다 종이 대신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를 모니터에 띄워 보고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행사 보고라면 ‘참가 연령층이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고 문서화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70대 노인과 20대 대학생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 식이다.

직원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4인용 식탁’ 행사도 만들었다. 직원들 3명이 팀을 짜서 대표와 식사를 하는 자리다.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모두가 신청 가능하다. ‘꽃보다 문화’는 직원 30명과 1박2일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꼭 해야되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재밌어야 하고, 의무감으로는 못 할 일이죠. 근데 저는 재밌어요. 공식적으로 일하는 시간 이외에는 계속 직원들 있는 데로 가서 커피 마시면서 얘기해요.”

주철환 대표가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문화사업은 '문화철도 2017'과 '서울문화PD'다. '문화철도 2017'는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를 문화 테마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진=임성균 기자
주철환 대표가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문화사업은 '문화철도 2017'과 '서울문화PD'다. '문화철도 2017'는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를 문화 테마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진=임성균 기자

#. ‘같이의 가치’. 최근 모은행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알려졌지만 앞서 1986년 후반 MBC 공익 캠페인 주제가 ‘같이 있는 사회, 가치 있는 사회’로 주철환표 언어유희를 한 차례 거쳤다. 단순 소비된 문구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주 대표의 신념으로 남아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지원, 축제, 교육, 경영 등 크게 네 가지 본부로 나눠져 있는데 이번에 본부급의 ‘생활문화 추진단’이 추가됐다. 서울시민들이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문화,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는 문화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재단이 한 해 500억원 이상을 쓰는데, 시민들은 우리 하는 일을 잘 모르더라고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특히 1955년생 ‘베이비부머’ 세대 맏형으로서 동 세대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문화철도 2017’이다. 세대 불문 모든 도시민의 일상 생활공간이 된 지하철 역사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캠페인이다. 광화문 역에서는 ‘광화문 연가’의 이문세가, 강남 역에서는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왕십리 역에서는 ‘59년 왕십리’의 김흥국을 무대 위에 올리는 등 지하철 역마다의 스토리를 끌어내겠다는 것.

“예를 들면, 1959년생의 비애가 있어요. 지금 이 사람들이 거의 다 일을 안 하고 있거든요. 근데 몸은 젊은이나 마찬가지예요.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너희는 낡은 세대니까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 이런 거예요. 그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거죠. 왕십리에서 이 사람들이 모여서 으쌰으쌰하길 바라요.” 그가 기획하는 무대가 왕십리에서 꾸려지면 김흥국이 가수협회장 자격으로 한무리의 가수들을 이끌고 ‘으아~’ 하며 달려올지 모른다.

연예인과 연출자가 철저한 갑을 관계였던 시절부터 PD였지만 그의 무대에는 지시와 호령보다는 항상 공존이 있어왔다. 그는 히트 코너 ‘몰래카메라’는 진행자였던 이경규(코미디언)와 조연출이었던 김영희 PD(쌀집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유명)의 공이 컸다며 그들을 앞세우기 바빴다. 지하철을 무대로 히트프로그램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이 꾸려진다면 유재석도 성심성의껏 모셔오고, 아이돌 출연자들을 구하기 위해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에게도 간곡히 부탁할 생각이라고 했다.

주철환 대표는 PD 시절부터 '퀴즈아카데미', '장학퀴즈', '우정의 무대'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기획했다. '서울문화PD'도 서울시민이 직접 문화 콘텐츠 제작자가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임성균 기자
주철환 대표는 PD 시절부터 '퀴즈아카데미', '장학퀴즈', '우정의 무대'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기획했다. '서울문화PD'도 서울시민이 직접 문화 콘텐츠 제작자가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임성균 기자

#. 주 대표가 두 번째로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은 ‘서울문화PD(프로듀서)’다. 문화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부터 콘텐츠 제작자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프로그램이다. ‘삼삼한 사람들’을 통해 문화시민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아무나PD’라는 전문가 및 시민 기자단을 모집, TBS 교통방송 등 외부 매체와 재단 매체를 통해 ‘삼삼한 문화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 '문화철도 2017'과 더불어 이제 막 TF(태스크포스)를 꾸린 상태이지만 다음달부터 신규 사원을 충원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원래 그는 조명되지 않았거나 드러내기를 꺼리는 이들을 인생이라는 무대나 공개된 존재로 부각되게 하는데 탁월했다. 그를 스타PD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프로그램 ‘퀴즈 아카데미’는 최루탄 냄새에 찌들거나 암울함에 젖어있던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강의실에서는 못 배웠던 지식이나 신문 한 귀퉁이의 수수께끼 같은 현실을 퀴즈 프로의 문제로 냈고 사회적인 주목을 받게 했다. 퀴즈 아카데미는 대학생들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광장 같은 '아크로폴리스'였고 지식의 샘 같은 '자하연'(두곳은 한 대학의 명소기도 하고 퀴즈아카데미 출연팀이기도 했다)이었다.

퀴즈 아카데미의 초창기 엔딩곡은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사계'였다. ‘빨간꽃 노란꽃’으로 경쾌하게 시작되는 곡은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들이 자막으로 다 올라갈 때쯤되면 ‘공장의 작업등은 밤새 비추고~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라는 가사로 이어졌다. 열악한 노동현실이 주말 골든타임의 저녁 밥상위 화제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뒤 요로에서 사계의 가사지적이 이어지자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라는 곡으로 바꿨다. 물론 그 노래도 민중가요를 즐겨불렀던 노찾사의 곡이었다.

주철환 대표는 현재 블랙리스트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얼룩진 문화예술계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로 표현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주철환 대표는 현재 블랙리스트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얼룩진 문화예술계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로 표현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 물어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힘든 시기에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의한 예술 검열로 상처를 입었고, 최근에는 사드 배치로 인한 잇단 중국의 문화 보복으로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주 대표는 "(서울문화재단 같은 공공기관은) 돈을 버는 데가 아니라 돈을 쓰는 곳"이라며 "공정, 공평은 일순위로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해서는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올해 들어 한류스타들의 중국 콘서트나 드라마 출연 등의 일정이 무한정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심지어 성악, 발레 등 순수예술 분야도 타격을 입었다. 일찌감치 한류에 힘입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스타 PD들도 제작 과정에서 이름이 빠지는 등 수난을 겪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을 되찾으려 하기 보다는 중동과 동남아 등지에서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았어요. 자칫하면 문화적 속국이 될 수 있어요. 지금은 '한류'라지만 중국이 어떤 나라인데요. 본래 창의성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둬야 하기 때문에 (이번 일이) 다변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K-POP을 인도 타지마할 묘나 갠지스 강, 프랑스 에펠탑에서도 부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우리가 언제, 어디서 또 만나겠어요."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한다는 주 대표와의 인터뷰는 무려 4시간 30분 동안 이뤄졌다. 사람의 인연은 모를 일이다. 10여 년 전 OBS 사장으로 근무할 때 박원순 현 서울시장으로부터 걸려온 인터뷰 요청 전화 한 통이 지금의 인연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다. 당시 아름다운재단에서 활동하며 수염을 기르고 전국을 돌아다니던 박 시장은 서울문화재단 대표직 임명권자가 됐다.

주 대표는 서울문화재단이라는 문화의 태반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교량'이 되고 싶단다. "제가 강조하는 '더다이즘'이라는 게 있어요. '더' 즐겁고 '다' 함께 행복한 문화도시를 만드는 거예요. 지금껏 우리 사회는 '내부자'만 키우고 '기부자'를 못 길렀어요. 자신의 행복의 총량을 넘어선다면 그걸 남들과 나누는 법을 배워야죠."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3월 19일 (18:4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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