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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자존심요?”…박혜경, 삶 무너진뒤 비누사업하기까지

[인터뷰]오랜 소송 딛고 4년 만에 나타난 그룹 더더 출신 박혜경…“손 내밀 때 외면한 사람들 가장 힘들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4.08 05:20|조회 : 16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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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럽고 상큼한 목소리로 주목받은 가수 박혜경은 지난 4년간 소송과 소송 후유증으로 삶의 의지를 모두 꺾고 도피하듯 살았다. 그는 최근 천연비누 판매와 음악을 통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br />
싱그럽고 상큼한 목소리로 주목받은 가수 박혜경은 지난 4년간 소송과 소송 후유증으로 삶의 의지를 모두 꺾고 도피하듯 살았다. 그는 최근 천연비누 판매와 음악을 통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지난 3일 저녁 식사 장소에 나갔더니, 그의 양손에 커다란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이거 하나만 들어주세요.” 숨이 찬 듯 빠른 톤으로 부탁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주부’ 같았다. “결혼도 안 한 사람이…”이라고 빈정거리듯 묻자, “지금 방산시장에서 물건 좀 떼 오느라고…”라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끝을 흐렸다.

무대를 마치고 근사한 차에서 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방산시장? 물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가 생경했다. 맑고 고운 목소리로 ‘너에게 주고 싶은 세가지’를 부르던 ‘상큼한’ 그를 기억하는 이가 버스 타고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오는 생활인의 모습을 경험하는 것은 쉬운 설득의 풍경이 아니었다.

◇화려한 뮤지션에서 고달픈 생활인으로…“4년 전 가수의 시간은 끝났다”

1997년 그룹 더더로 데뷔한 가수 박혜경은 “신이 허락한 가수의 시간은 4년 전까지”라고 말했다. “제가 물건 떼 오느라고 점심도 걸렀는데, 일단 먹으면서 얘기할까요?” 뮤지션의 신비로움을 걷어내고 억척스러운 생활인으로 돌아온 그를 이해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4년 전부터 수입이 0원이었어요.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배운 게 노래밖에 없는 데 노래는 더 이상 부르기 힘들고 살기 위해선 무엇이라도 해야 하니까요. 그 일이 비누 판매예요. 지금은 그걸로 간간이 먹고 살아요.”

시장에서 떼 온 물건은 비누 소재였다. 그 소재로 박혜경은 직접 비누를 만들어 판다. 변변한 홈페이지 하나 없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음알음 유통하며 제법 이름을 알린 박혜경의 천연비누는 그의 생존에 가장 알찬 도구가 됐다.

그는 “자존심 따위 버린 지 오래”라며 “냉정한 현실에 적응하려면 내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한때 개성 강한 인기 가수로 살면서 강남 노른자 땅 건물에 피부숍 두 개를 운영하며 남 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그의 인생 3막을 지난 3일과 4일 두 번의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봤다.

◇소송으로 무너진 인생…10억원 날리고 모든 인간관계 ‘단절’

-4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나.

“뜻하지 않은 소송으로 인생이 완전 바뀌었다. 지금은 생각하기도 싫은 소송인데, 형사만 3년, 민사 2년 정도 한 것 같다. 강남 가로수길 건물에 임대해서 피부숍을 운영했다. 다른 곳에 프랜차이즈로 피부숍 하나를 더 운영하기 위해 권리금을 받고 내줬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이 건물에 통임대가 들어오는 바람에, 이미 계약까지 한 권리금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 이미 계약까지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건물주와 세입자가 나를 ‘권리금 편취’로 소송을 걸었다. 정말 황당했다.”

-그 이후 과정은.

/사진=임성균 기자<br />
/사진=임성균 기자
“소송에서 당연히 내가 이겼다. 잘못한 게 없으니까. 너무 억울한 소송이어서 자다가도 화가 치밀고 분을 삼키지 못했다. 이 일로 사실상 모든 게 무너졌다.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었다. 소송비용을 대기 위해 운영하던 피부숍 모두 정리했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그때 까먹은 돈만 10억 원 이상이었다. 소송이 길어지다 보니, 내가 ‘시끄러운’ 여자로 이미 소문이 나 있었다. 소송이 끝났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잃어버린 돈도, 억울함도 아니었다. 기댈 곳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손을 여러 군데 내밀었는데, 받아주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방송사도 소속사도, 음반사도 심지어 지인까지도. 자존심이 너무 상해 정말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소송은 인생 1막의 화려함을 2막의 초라함으로 바꿔놓았다. 성대에 문제가 생긴 것도 이때였다. 밤잠을 설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화병이 성대로 그대로 옮아갔다. 그는 성대 3분의 2를 제거했을 때 노래 인생도 끝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설상가상일까. 소송으로 힘들고 지칠 때, 박혜경은 다시 한 번 구설에 올랐다.

◇프랑스 유학→중국 플로리스트 활동→한국 천연비누 사업…“자존심 버려”

-소송 중일 때, 자살시도설이 있었는데.

“내가 술을 잘 못 마시는데, 그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 단계까지 갔던 것 같다. 친한 남자 후배와 그의 여자 친구를 불러 파주에 있는 우리 집에서 함께 어울렸는데 성대 풀어주는 근육이완제를 술과 같이 먹다 보니, 헛소리가 막 나왔다. 경찰에 전화해서 ‘남자 친구가 날 때린다’는 등 횡설수설하며 본의 아니게 피해를 많이 줬다. 삶의 의지나 희망 같은 게 보이지 않았던 때다.”

정신을 차린 뒤 그가 깨달은 건 ‘손 내밀어도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마지막 재산인 자동차 벤츠를 팔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건 필연적인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꽃을 사랑해 그곳에서 꽃 공부한 뒤 중국으로 건너가 플로리스트로 2년간 활동한 그는 자신이 잊힐 때 즈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천연 비누 판매였나.

“처음에 플로리스트는 나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꽃향기를 이용한 비누를 판매하게 됐다. 내가 잘 나갈 때 번 돈 중 일부를 엄마에게 용돈으로 드리곤 했는데, 엄마가 사업에 보태라며 도와줬다. 하지만 그걸로 모자라 소상공인센터에서 창업대출지원까지 받았다. 담당자가 날 보더니, ‘박혜경씨 여기 왜 왔어요?’라고 묻더라. 되게 자존심 상하고 안 해본 일이어서 창피했지만 생존을 위해 이 악물고 달려들어야 했다. 아무리 창피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더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일은 쉽지 않았고 사람은 무서웠다. 그래도 정부 자금 받으려고 낮은 자세로, 또 진솔한 마음으로 다가갔다. 뮤지션의 자존심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생활인으로 적응하기 시작했다. 엄마를 따라 버스와 지하철 타는 법을 배웠고, 시장에 가 물건 사서 배달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평일엔 인터넷 강의, 주말이면 비즈니스 강의를 수강하며 사업 실무를 익혔다. 하루 24시간을 쪼개어 평범하지만 알뜰하고 살뜰하게 살아냈다고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사장인 엄마로부터 월급 받고 사는 그는 “데뷔할 때처럼 아르바이트하며 먹고 사는 일을 지금 다시 하고 있다”며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멋진 삶을 사는 것”이라고 웃었다.

◇건강한 관계는 ‘주고받는 것’ 깨달아…“최후의 보루는 나의 팬”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나.

지난 4년간 가수 박혜경은 소송으로 10억원을 날리고 수입 ‘0원’으로 살았다. 마지막 남은 재산인 자동차를 팔고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그는 중국에서 2년간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다 지난해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그는 천연비누 사업으로 제 3막 인생을 열었다. 박혜경은 “소송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도 내가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않은 것이었다”며 “사업과 음악을 다시 시작하면서 팬들에게 요즘 너무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임성균 기자<br />
지난 4년간 가수 박혜경은 소송으로 10억원을 날리고 수입 ‘0원’으로 살았다. 마지막 남은 재산인 자동차를 팔고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그는 중국에서 2년간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다 지난해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그는 천연비누 사업으로 제 3막 인생을 열었다. 박혜경은 “소송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도 내가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않은 것이었다”며 “사업과 음악을 다시 시작하면서 팬들에게 요즘 너무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리가 된다. 인간사, 감정사 모두 정리됐다고 할까. 삶이 더 단출해졌다. 굳이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낭비하면서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많이 깨달은 건 사람과의 관계다. 연예인 같은 생활을 할 땐 무조건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여러 일 겪어보니 건강한 관계는 주고받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삶이 피폐해진다. 또 하나 느낀 건 웅덩이에 빠졌을 때 무조건 빠져나오는 것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웅덩이 주변을 찬찬히 살피고 있으면 천재지변이 나서 없어지거나 물이 차서 올라오거나 어떤 변수가 생긴다는 걸 알았다.”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게 그런 거 없다. 1, 2년 열심히 돈 모아서 행복해질거야 하는 삶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냥 매일 행복하고 싶을 뿐이다. ‘오늘은 맛있는 거 먹자’ ‘오늘은 고통받지 말자’ 이렇게 생각한다. 살아있다고 느끼는 소중한 순간이니까.”

박혜경은 쳔연 비누 사업을 하면서 JTBC ‘슈가맨’, MBC ‘듀엣가요제’, KBS ‘불후의 명곡’ 등 예능 프로그램의 초청을 잇따라 받았다. 성대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생활인의 ‘악’과 ‘깡’이 주는 힘은 예사롭지 않았다.

얼마 전엔 풋풋한 리듬앤블루스(R&B) 선율에 재능있는 작곡가 롱디(한민세, 민샥)와 손잡고 신곡 ‘너드 걸’(Nerd Girl)도 내놨다. 데뷔곡 ‘레몬트리’, ‘주문을 걸어’, ‘고백’ 등의 히트곡을 잇는 ‘싱그러움의 재연’이다. 사업하는 건 궁극적으로 노래를 하고 싶어서다.

“아무도 날 받아주는 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방송하면서 내 최후의 보루는 팬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됐어요. 노래를 버리려고 생각했는데, 팬들이 그 길을 가로막네요.”

인터뷰를 마칠 때, 그는 퀵서비스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협찬의상 여기 있어요.” 그가 다시 비닐봉지를 들고 퀵서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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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qthguwdl3lrrwhy  | 2017.04.09 21:55

갑자기 않보여서 궁금햇는데 많은일들이 있었군요~~앞으로 활기차게활동하는 모습보여주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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