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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 구속한 마약계장…"일본 여행 꿈도 못 꿔요"

[피플]배경탁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계장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입력 : 2017.04.24 05:15|조회 : 6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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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탁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계장/사진제공=인천공항세관
배경탁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계장/사진제공=인천공항세관
배경탁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계장(50)은 2013년초 일본 야쿠자 A씨를 눈여겨봤다. A씨가 한국, 일본, 홍콩을 오가면서 불법을 저지른다는 심증이 있었다. 같은 해 3월 A씨와 같은 조직 소속인 B씨가 홍콩에서 입국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B씨는 홍콩을 뜨지 못했다. 확인 결과 B씨는 마약을 운반하다가 홍콩 세관에 잡혔다. B씨가 나르던 잠수복 가방에선 필로폰 12㎏이 발견됐다.

배 계장은 A씨가 마약 밀수입자라고 확신했다. 홍콩 사건이 발생한 2개월 뒤 A씨의 동선이 포착됐다. A씨는 부하 조직원 1명과 마카오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배 계장은 인천공항 입국과정에서 A씨를 붙잡았다. 역시 잠수복 가방을 갖고 있었다. 케이스 속 녹차 상자 4개 안에는 필로폰 6.24㎏이 들어 있었다. 시가 187억원 상당, 20만6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배 계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야쿠자가 연루된 마약 밀수입사건을 두 번 맡아 구속까지 시켰다”며 “일본 여행은 여태 한 번 못 갔고 꿈도 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계장은 1993년 김포세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마약 밀수입 조사는 1994년 처음 맡았다. 25년간의 관세공무원 생활 중 마약 관련 업무기간만 17년이다. 정부는 지난달 배 계장의 공로를 인정, 대한민국 공무원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배 계장은 세관이 ‘마약 청정국’ 유지를 위한 첨병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마약이 밀반입될 수 있는 공항·항만의 감시기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국내 유입된 마약은 유통 차단이 쉽지 않은 점도 조사 의지를 높인다. 마약 관련 업무는 검찰, 경찰 등도 함께 맡고 있지만 전체 압수 마약의 70~80%는 세관 실적이다.

업무가 거칠다보니 험한 일도 자주 겪는다. 지난해 12월엔 마약 운반이 의심되는 한국인 C씨와 병원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사정은 이렇다. 배 계장은 지난해 4개월간 추적한 C씨를 인천공항에서 붙잡았다. 몸 구석구석 뒤졌지만 마약은 없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항문검사를 실시하려 하자 C씨는 되레 자해하겠다며 위협했다. 배 계장은 C씨에게 수갑을 채워 인하대병원 인천공항의료센터로 연행했다. 가슴 엑스레이를 찍자 콘돔에 싸인 필로폰 75g이 발견됐다. 필로폰을 빼내려 하자 C씨는 몸을 경직시켜 완강하게 거부했다. 배 계장과 동료 3명은 C씨를 인하대병원 인천 본관으로 데려갔다. 의료진은 C씨를 2차례 전신마취한 끝에 겨우 필로폰을 꺼냈다. 에이즈 보균자인 C씨의 타액이 묻을 수 있어 배 계장과 동료도 수술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배 계장은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마약 우범자들이 쉬는 날 입국하거나 밤 늦게 들어오는 경우도 많은데 바로 대응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진동·무음으로 두지 않는다”며 “일상을 예민한 상태로 지내다 보니 살 찔 새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대표로 발표한 소감문의 한 구절을 전하며 말을 맺었다. “마약 없는 안전사회를 정착시키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후배들에게 어렵고 고된 분야에서 노력했을 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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