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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제작자가 말하는 인기 캐릭터의 조건

[피플]'지방이' 캐릭터 제작자 양건우 TBWA 상무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입력 : 2017.05.1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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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우 TBWA 상무와 지방이 캐릭터.
양건우 TBWA 상무와 지방이 캐릭터.
"지방~지방~지방을 빼자~"

귀에 쏙쏙 들어오는 로고송과 함께 영화관에 가면 한두 차례는 마주치는 광고가 있다. 바로 비만치료 전문병원인 365mc병원의 '지방이' 광고다. 최근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지방이'는 더욱 친근한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이'가 인기를 끌자 저작권을 두고 병원과 인형제작 업체에서 법적 다툼까지 생겼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선 '지방이' 찐빵 만들기 레시피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병원 캐릭터로는 이례적인 관심이다.

지난 10일 서울 신사동에서 지방이를 제작한 양건우 TBWA 상무를 만나 지방이 제작과정과 캐릭터 산업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2012년에 365mc병원에서 캐릭터 제작 주문이 들어왔죠. 우선 친근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병원'이나 '지방'이란 말을 떠올리면 고객들에겐 낯설고 무섭다는 인식이 크더라고요. 논의 끝에 지방을 형상화하기로 했는데 끈적하고, 혐오스러운 지방을 귀여운 캐릭터로 만들기가 막막했습니다. 신체비율부터 눈코입, 색상까지 하나 하나 결정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베테랑인 양 상무에게도 지방을 형상화한다는 일은 도박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낸 결정이 '지방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우선 동물 캐릭터같이 흔한 캐릭터는 피했죠. 의사나 간호사 캐릭터는 더욱 성공하기 어렵다고 봤고요. 아무런 형체가 없는 지방이를 처음 보는 젊은층 사이에서 먼저 주목하고, 좋게 봐준 것 같습니다."

지방이의 성공 이후 양 상무에겐 캐릭터 제작 문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부분 짧은 기간에 회사나 상품, 캐릭터를 모두 알리고 싶다는 '단기성과형' 주문이었다. 그때마다 그는 광고주들에게 캐릭터가 짧은 시간 안에 자리 잡기란 불가능하다며 돌려보냈다. 지속적인 노출이 캐릭터 성공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제작하고 나서 3~5년은 유지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잘 만든 캐릭터도 이 기간을 못 견디면 한 번 쓰고 버려집니다. 저도 만든 지 3년이 지나서 지방이 인기를 처음 실감했어요. 수많은 행사 캐릭터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얼마나 될까요. 캐릭터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잊혀집니다."

그렇다고 캐릭터를 무작정 자주 노출만 해선 안된다. 광고를 위해 쓰이는 소품이 아니라 진짜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성격이나 인성을 부여해야 한다. 캐릭터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야만 캐릭터도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성격이 없는 캐릭터는 그냥 광고를 위한 소품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지방이에겐 '귀여운 악동' 같은 캐릭터가 있죠. 주인에게 설탕을 먹으라고 속삭이거나 떼어내고 싶지만 착 달라붙어서 떼어지지 않죠. 실제로 광고를 보면 지방이가 직접 병원을 광고하고 있는 게 아니예요. 그냥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죠."

마지막으로 양 상무는 자신의 캐릭터 제작을 '선입견의 무장해제'라고 설명했다. 틀에 박힌 인식을 무너뜨리는 일이 캐릭터 제작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코카콜라의 흰곰, 에스오일의 구도일을 좋은 캐릭터로 꼽았다.

"코카콜라 광고에 나오는 흰곰은 콜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무장해제' 시켜버립니다. 콜라를 마시는 곰의 모습은 그 자체가 행복이죠. 에스오일의 구도일 얼굴 형태가 기름방울이거든요. 다가가기 힘든 기름이나 석유회사를 친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캐릭터라고 봅니다. 단순히 귀엽고 예쁜 캐릭터를 만드는데 목적을 두기 보다는 기존의 선입견을 깨뜨리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좋은 캐릭터가 나온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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